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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코로나가 소환한 불편한 진실


오래전 유행한 난센스 퀴즈 하나. 목사와 교수, 기자 셋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누가 밥값을 낼까. 정답은 식당 주인이다. 세인들 눈에는 세 직업 모두 ‘대접받는’ 직종으로 비치다 보니 이런 유머가 생겨난 듯하다. 그러나 내가 종교국에 와서 2년8개월 동안 목사님들을 대접한 기억은 별로 없고, 목사님들에게 얻어먹은 적이 더 많은 것을 보면 그 유머는 속인들이 지어낸 우스개일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대다수의 목사님들은 대접받기보다 누구에게든 베푸는 분들이다. 선거 때 비밀리에 돈 봉투가 뿌려지고 암암리에 ‘촌지’가 존재하던 1990년대 초 막 기자 생활을 시작한 내게 어느 지방 교회 목사님이 건넨 5만원짜리 촌지는 큰 충격이었다. 세상물정에 어둡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고결하게 살아가는 목사님마저 촌지 문화에 물드셨나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목사님은 비 오는 날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빈손으로 보낼 수 없어 택시비를 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한사코 뿌리치고 나오며 씁쓸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6만 한국교회 중 80%는 재정적으로 불완전한 미자립교회다. 대다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사례비를 받고 있다.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지만 소득세 면세점 이하인 목회자가 대다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세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귀속분 종교인 1인당 월평균 소득은 157만원으로 재작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때문에 평일에는 건설 일용직 노동을 하거나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중직 목회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사례비나 퇴직금을 수억원씩 받는 대형교회 목사는 소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한국교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 1년간 대면예배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미자립교회는 물론 대형교회도 헌금이 줄어들어 재정적 압박을 겪고 있다. 30, 40대 젊은층 교인이 많은 교회들은 오히려 헌금액이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교회에 가서 헌금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계좌이체를 통해 헌금하다보니 달랑 1만원을 보내기 계면쩍어 5만원을 헌금하는 성도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 교회 사례일 뿐이다. 대다수 교회는 코로나로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대형교회들도 재정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 초 후배기자가 전해준 인천의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 사례는 신선했다. 온라인예배로 전환하면서 헌금이 줄어들자 담임목사는 자신의 사례비를 연말까지 50%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부목사들도 이에 동참해 사례비를 20% 삭감했다. 다만 교육전도사 등 다른 사역자들은 기본 사례비가 적어 제외했다. 이 목사는 연말에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안정화되면 부목사들의 삭감분을 전액 소급해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삭감분 50%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결단에 감동한 장로들은 연말에 교회 헌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십시일반 재정을 마련해 부목사들 사례비 삭감분을 메우겠다고 했다고 한다. 여느 대기업 회장의 기부보다 큰 울림을 준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소명감으로 일하는 목회자들이 이 땅의 재물에 신경을 쓸까마는 맘몬주의와 교권주의에 빠진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이 믿는 자나 안 믿는 자들을 실족하게 하는 세상이다 보니 더 귀하고 값지게 여겨지는 것일 터이다.

문제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예전의 한국교회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이다. 닫힌 사회, 대면예배 때는 한 교회만 출석하는 충성 교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열린 사회, 비대면 예배에서는 이 교회 저 교회, 좋은 설교를 찾아 인터넷을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족이 늘어나고 젊은층의 교회 이탈은 더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금과 목회자들의 ‘강요된 청빈의 삶’에 의존해온 한국교회가 개교회 중심을 벗어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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