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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차 가해 논란’ 박원순 전 비서실장 기관장 임명 안 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오성규씨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자리에 지원해 최종 임명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공모에 응해 최종 후보로 결정됐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승인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임명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오씨는 박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반성도 하지 않고 공공기관장 자리에 응모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어떻게 최종 후보로까지 올라갔는지도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오씨는 2018년 7월부터 박 시장이 사망하기 3개월 전까지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다. 그는 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한테 피해 호소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등 박 시장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 12월에는 피해자가 과거 시장에게 보냈던 편지를 SNS에 공유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시장의 성희롱 혐의를 인정한 것에 반발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오씨의 이런 언행을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차 가해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오씨를 원장에 앉혀선 안 된다. 그를 임명하면 그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꼴이 될 것이다. 또 피해자를 더욱 고통에 빠뜨릴 게 뻔하다. 지금도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고, 그 어머니는 딸이 어쩌다 잘 때 숨을 쉬는지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는데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오씨가 공공기관장이 되면 모녀의 삶은 어찌 되겠는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오씨가 임명되면 고통을 준 사람은 잘 살고 피해자는 더 피해를 본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최종 임명권자인 이 지사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이 지사가 무리해 임명한다면 여권 일부 극성파의 지지를 얻을진 모르나 다수 국민의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박 시장 측근들이 자숙할 때이지 벌써부터 어느 기관의 수장을 맡는 건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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