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만으로 폐암 위험도 진단… ‘가짜 양성’ 문제도 보완

주목 받는 액체생검법 ‘루리’

혈청 속의 마커 7종 분석해 판단
저선량CT 등 기존 검사법과 달리
가짜 폐암 찾아내는 ‘특이도’ 높아
폐 결절 의심 땐 신속하게 확인
하반기엔 외래 검사도 가능할 듯

혈액으로 비소세포 폐암 위험도를 진단하는 루리(LuRI) 검사 장면. 폐암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7종의 종양 표지자를 분석해 위험도를 보여준다. 이원의료재단 제공

폐암은 2018년 기준 국내 발생률 3위, 사망률 1위의 암이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폐암 1기에 발견된 환자의 5년 생존률은 54% 정도이나 2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은 다른 유형 보다 상대적으로 진행이 느려 일찍 발견만 하면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해 고위험군(만 54~74세, 흡연력 30갑년 이상) 대상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통한 국가폐암검진이 2019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저선량CT는 일반 CT 방사선량의 5분의 1 수준이어서 피폭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CT영상 판독을 통한 이 검진의 특이도(암 아닌 걸 아니라고 진단)가 낮아 적지 않은 ‘위양성(가짜 폐암)’ 환자를 양산하는 문제점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17~2018년 고위험군 폐암검진 시범사업에선 폐암 조기 발견율이 69.6%로 일반 폐암 환자(20.7%)의 3배 수준으로 높았으나 실제 폐암이 아닌데 암으로 진단된 위양성률이 14.8%나 됐다. 검진자 100명 가운데 15명 꼴은 가짜 폐암으로 최종 판정받는다는 얘기다.

저선량CT 검사에선 폐의 작은 염증이나 결절(혹) 또는 이전에 염증을 앓은 자국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 CT영상에서 결절이 양성으로 나오면 크기나 모양에 따라 6개월 혹은 1년 후 추적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최종 확진까지 환자는 불안에 떨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저선량CT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감도(암을 암으로 진단)와 특이도가 보다 향상된 폐암 조기 진단법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 그 중 하나로 간편하게 혈액을 뽑아 폐암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액체 생검법’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의료 현장에 선보인 비소세포 폐암 위험도 검사인 ‘루리(LuRI)’가 대표적이다. 전문검사기관인 이원의료재단이 바이오소재 개발 기업인 압타머사이언스와 협력해 검사 키트(AptoDetect-lung)를 상용화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검사자로부터 뽑은 혈액 중 소량의 혈청(5㎕)에 존재하는 비소세포 폐암 증식 관련 ‘바이오 마커(종양 표지자)’ 4종(CA6, EGFR1, MMP7, KIT)과 면역 관련 마커 3종(C9, CRP, SERPINA3)의 양을 측정하고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폐암의 위험도를 ‘고위험, 저위험’으로 나타내준다. 민감도는 75.0%, 특이도가 91.7%로 높은 편이다.

이원의료재단 최재훈(진단검사의학 전문의) 부원장은 22일 “암 검진은 위험 요소가 있으면 전부 다 찾아내는 게 목표인 만큼 민감도 높은 검사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같이 따라오는 ‘거짓 양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암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진단하는 특이도가 높은 검사법이 중요하다. 루리 검사는 특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여러 종양 표지자 조합을 사용한 액체 생검 폐암 진단 키트가 개발돼 보급돼 있다. 7종의 바이오 마커를 활용하는 ‘EarlyCDT-Lung’ 키트는 민감도 41% 특이도 91%, 2종의 마커를 측정하는 ‘Epi-prolung’ 키트는 민감도 67% 특이도 90% 수준이다. EarlyCDT-Lung 키트는 미국에서 공공의료 보장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건강검진 시 흉부X선이나 CT검사에서 폐 결절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오거나 시간을 두고 추적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 오랜 시간 기다리기 힘든 검진자들에게 추천된다. 국가폐암검진에서 추가 추적 검사가 필요할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다.

최 부원장은 “특히 저선량CT 영상에서 고위험 폐 결절이 발견되고 혈액을 통한 루리 검사에서도 고위험으로 나왔다면 추적 검사를 오래 기다리지 말고 바로 조직검사를 해서 폐암 여부를 확진받는 게 낫다”면서 “즉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무기를 하나 더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폐암 검진의 위양성을 줄이기 위해 저선량CT 검사에 혈액이나 들숨날숨 속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는 검사를 결합하는 방안이 향후 많이 연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루리 검사는 1·2차 병원 내 건강검진센터와 전문 검진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 검진용으로만 가능하고 환자의 외래 검사 용도로는 이용할 수 없어 수요가 많진 않다.

이원의료재단 관계자는 “하반기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체외진단기기 ‘선진입 후평가(먼저 임상 적용 후 평가)’ 시범 제도가 시행되면 외래 검사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도가 시행되면 서울아산병원 등 8개 주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외래 검사가 가능해지며 향후 300여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흡연, 대기오염 환경에 지속 노출되거나 마른 기침·객혈 등 호흡기 질환 동반자,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검사가 권고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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