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논단(국민논단)

[국민논단] 국민이 산낙지보다 못한가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친구야, 공자가 누구여. 세계 4대 성인에 드는 사람 아닌가. 그런 공자도 남이 자신을 무시한다 싶으면 분을 참지 못했던 모양이야. ‘논어’ 맨 첫머리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치 말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같은 말을 다섯 번이나 더 되풀이해. 공자도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지 못한다 싶으면 심적 동요가 컸던 게 분명해. 천하의 공자가 그럴진대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오죽하겠어. ‘자존심에 죽고 산다’는 말 예사로 들으면 안 돼.

아침부터 왜 공자 타령이냐고?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 땜에 속이 뒤집혀서 그래. 이 사람들이 너도나도 국민을 위한다고 눈웃음 살살 치는데 실상은 국민을 발톱의 뭐처럼 알아. 선거가 있다고 나랏돈으로 선심 공약을 남발하는 거 좀 봐. 국민을 대체 어떻게 보길래 저런 일을 하냐고.

가덕도신공항만 해도 그래. 그건 안 짓는 게 더 낫다고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잖아.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프랑스 기관에 20억원짜리 연구 용역까지 줬는데 그 결론이 뭐였어. 가덕도는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제일 나쁜 선택이라고 똑 부러지게 밝혔잖아.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기어코 가덕도에 새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나오네. 신공항건설특별법을 만들어 온갖 특혜를 다 줄 기세야. 이 난리가 다 뭣 때문이겠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에 저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알잖아. 친정부 언론조차 ‘더불어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을 정도니 더 말해 뭐하겠어.

그뿐이야?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매일같이 돈타령이야. 3차 재난지원금이 마무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4차 확정, 5차 예고를 하는 거 좀 보소. 수십조원을 막 쓰겠다는 거야. 한마디로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심사 아니냐고. 결국은 빚이잖아.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올해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래.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는 거고 우리 자식 세대의 미래를 빼앗는 거지. 글자 그대로 도둑질이지. 그러니 경제부총리가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그런데 국무총리의 말본새 좀 보소. ‘이 나라가 기획재정부의 나라냐’고. 그렇게 나라 걱정이 크다면 누구처럼 재산 뚝 잘라서 기부라도 해보든지. ‘기본소득’으로 재미 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또 어떻고. 그의 말대로 전 국민에게 월 50만원씩 주려면 연간 예산이 300조원을 훌쩍 넘는대. 민주당조차 혀를 내두르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정치’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압권은 문재인 대통령이야. 작년 4월 총선 하루 전 돈타령을 해서 재미를 톡톡히 봤지? 그런데 또 뭐?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그동안 보편 지원을 반대한 사람이 문 대통령 아냐? 자신의 말을 뒤집은 거여, 그것도 ‘사기 진작용’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선거잖아. 원래 민주당 당헌은 이런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어. 이걸 만든 사람이 당시 문재인 당대표였어. 국민의 갈채를 받았지. 그래 놓고선 민주당은 이 당헌을 고쳐서 후보를 내려는 거야. 자신이 만든 당헌이 헌신짝처럼 뒤집어지면 자존심이 상해야 정상 아녀?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국민의 건망증을 믿는 거야, 아니면 원래 자존심이 없는 거야?

포퓰리즘이라는 게 고약해서 도대체 그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애매한 거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내가 하면 민주주의, 네가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나온 거지. 그래도 포퓰리즘을 감별하는 방법이 없는 거는 아냐. 우선 말을 쉽게 하고, 세상을 ‘적과 아군’의 2분법으로 나누면 그게 포퓰리즘이야. 그것보다 더 확실한 건 달콤한 공약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알아. 경제라는 것이 들어오는 게 있으면 나가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녀? 그러니까 공짜로 자꾸 주겠다고 설레발 떨면 그게 진짜 포퓰리스트야. 이런 정치인들에게 속아 넘어가면 국민 자격이 없어.

어느 시인이 산낙지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 한다고 노래했지(‘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는 먹지 말자’-정호승). 우리가 산낙지보다 못해? 돈을 뿌리더라도 선거 코앞에 두고 그러지는 말라. 자꾸 자존심 짓밟으면 무슨 짓 할지 몰라.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