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학폭 트라우마’ 사각지대… 공공기관내 심리 상담 서비스 필요

대부분 상담치료 청소년 대상
성인 피해자 적극적 치료 필요


학교폭력 트라우마에서 장기간 헤어나오지 못한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토로한다. 성인이 되고 나니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운영되는 심리치료 전담 공공기관에 ‘성인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 재난이나 성폭력 피해자들처럼 학교폭력도 중대 영역으로 보고 전담 부서를 확보해 역량을 키워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진 수원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1일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성인 피해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치료를 위한 마땅한 공공기관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심리치료 전담 공공기관은 다양하지만 ‘학교폭력을 당했던 성인 피해자’만을 위한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가가 제공하는 학교폭력 상담치료는 대부분 청소년에게만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조현병처럼 무거운 질환을 전문 대상으로 삼는다. 평상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학교폭력 트라우마는 비교적 후순위 조치 대상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폭력 트라우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성인 피해자가 자살예방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제공해 줄 만한 연계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자에게는 마땅한 자구책이 없다는 점도 외부 치료 지원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보탠다. 일반인 가해자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체육계의 ‘학폭 미투’(metoo·나도 당했다)처럼 폭로를 통한 ‘정의 실현’이 불가능하다. 법적 처벌을 기대하려고 해도 형법상 폭행죄는 공소시효(5년)가 존재한다. 장형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가해자가 응당한 처분을 받으면 피해자 심리치료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하려다 사실적시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역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간 의료계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치료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담 자체가 두렵고 꺼려질 수 있지만 계속되는 우울감과 피해망상, 충동적 행동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지 않고 대부분 악화한다”며 “특히 성인 피해자가 트라우마로 인해 은연 중에 보일 수 있는 분노 행동은 자녀들에게 학교폭력 경험을 되물림시킬 수 있어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심리치료센터와 민간 병원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자는 제도적인 제안도 있었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에게 국가에서 치료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처럼 성인 피해자에게도 일정 자격을 충족하면 병원과 공공기관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급해 치료를 장려하자는 것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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