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파도·찬 바다… ‘에어포켓’ 속에서 40시간 버텼다

해경, 전복된 거룡호 선원 1명 구조
동료 탈출 돕다가 배에 갇혀 생존

해양경찰 구조대원들이 21일 경북 경주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거룡호(9.77t급 연안통발) 안에 생존해 있던 한국인 선원 1명(점선 표시)을 극적으로 구조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해상에서 전복된 배에 40여 시간 동안 갇혀 있던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남성은 배가 뒤집히는 위기 상황에서 동료들을 돕다가 탈출이 늦어져 배에 갇히게 됐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생명을 건졌다.

2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3분쯤 경북 경주시 감포항 앞바다에서 지난 19일 전복된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9.77t)의 50대 한국인 선원 A씨가 배 안을 수색하던 해경 잠수사들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오랜 시간 배 안에 갇혀 있었던 탓에 저체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의식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서 베트남 국적 선원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선원 4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배에는 선장과 A씨 등 한국인 선원 2명, 베트남 국적 선원 3명, 중국동포 선원 1명 등 6명이 타고 있었다.

A씨는 구조 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조치를 받은 후 의식을 되찾았다. 이송 되기 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A씨는 동료 선원들의 구조 여부를 먼저 물었다고 한다. A씨는 사고 후 배가 뒤집히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다른 선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거센 파도에 그물 등 물건들이 쏟아져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배 뒤쪽에 있는 어구창고(어창)로 피신했다. 해경은 거센 파도에 배가 빠르게 뒤집히면서 어창에 에어포켓(공기층)이 형성돼 A씨가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A씨가 있던 어창은 가로 2.5m, 세로 2m, 깊이 1.5m 규모로 어른 3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당시 사고 해역 수온은 12~13도여서 물에 잠긴 채로 오랜 시간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며 “공기층 때문에 어창에 물이 차지 않아 A씨가 숨을 쉴 수 있었고 물에 잠기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물에 잠긴 상태로 수온이 10도일 때 2시간, 15도일 때 6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6시49분쯤 감포항 동쪽 약 42㎞ 바다에서 발생했다. 침수 신고 접수 후 수색에 나선 해경과 해군 등이 신고 3시간 만에 신고 지점에서 4㎞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뒤집힌 어선을 발견했다. 해경과 해군은 함정과 항공기, 잠수사 등을 투입해 어선 주변을 수색하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경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