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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스포츠] “메이저리그 진출 꿈, 포기하는 게 아니라 늦추는 것”

고졸 신인 최고 기대주 나승엽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신인 내야수 나승엽이 지난달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 마련된 신인 캠프에서 방망이를 들고 타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나승엽은 지난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작된 롯데의 1군 스프링캠프에 신인 중 유일하게 합류했다. 1군 캠프에서는 서울 덕수고 시절 맡았던 내야와 더불어 외야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앞으로 2년 안에 우승하겠다는 이대호 선배의 말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확실한 목표의식을 제시하는 말이 또 있을까요.”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무려 29년이나 탈환하지 못했다. 올해 프로 21년차인 베테랑 이대호(39)도 미국·일본 진출 시기를 제외하고 15시즌을 롯데에 몸담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는 롯데가 무관으로 30년째를 맞이하는 해다.

그 간절함마저 아득한 롯데의 우승을 이대호는 내년까지로 기약한 현역 선수인생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이대호의 선언적 의지에 입단 3개월을 막 넘긴 신인이 “힘을 보태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올해 고졸 신인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되는 서울 덕수고 출신 내야수 나승엽(1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승엽은 부산 사직구장에 꾸려진 롯데 1군 스프링캠프에서 신인 중 유일하게 훈련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휴식일이던 지난 1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대호 선배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우승했고,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했다. 모든 것을 이뤄낸 선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은퇴 전의 목표로 제시했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본받고 싶다”며 “아무리 강팀이라도 우승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경기씩 이기는 야구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대호 선배의 꿈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이라면 홈런·타율 등 주요 부문의 기록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나승엽은 팀이 승리할 때 개인의 성적이 더 의미 있게 평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수차례 만루 홈런을 치고 역전승도 일궈냈던 덕수고의 ‘영웅 타자’ 나승엽은 이제 ‘팀 배팅’을 말하고 있다.

“베이스 하나의 차이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2루 주자가 있을 때 2~3루 방향으로 치면 타자는 출루할지 몰라도 주자는 진루할 수 없잖아요. 승리를 생각한다면 그 상황에서 타자는 1~2루 사이로 쳐야겠지요. 그렇게 개인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하나씩 만들어가는 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고 싶어요. 이대호 선배가 말한 우승 목표란 결국 이기는 야구를 하자는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고졸 신인 영입 경쟁의 ‘승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8월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 경기도 수원 장안고 포수 손성빈, 같은 해 9월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강원도 강릉고 좌완 에이스 김진욱(이상 19세)을 각각 지명했다. 여기에 고졸 신인 최대어인 나승엽을 2차 드래프트 2라운드로 지명해 영입했다.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나승엽 지명은 모험으로 평가됐다. 미국 진출을 계획해 한국 잔류가 불확실한 나승엽에게 어느 구단도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롯데는 2차 2라운드 지명권을 날려버릴 가능성도 불사하고 나승엽을 지목한 뒤 끈질기게 설득했다.

당시의 나승엽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계획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직행한 추신수(39)처럼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메이저리그로 올라설 밑그림도 그려 놨다. 계획은 제법 현실성 있게 진행됐다. 미네소타 트윈스 스카우트들이 나승엽에게 먼저 다가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롯데의 성민규(39) 단장은 나승엽의 집까지 찾아갈 만큼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한국보다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로 경기는커녕 훈련조차 기약할 수 없는 미국 상황의 불확실성, 롯데 구단 사상 2번째로 높은 신인 계약금 5억원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나승엽의 행선지를 미네소타에서 부산으로 돌려 놨다. 그리고 집 앞 커피숍에서 성 단장을 만났던 어느 날, 결정적인 말 한 마디가 나승엽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신인 내야수 나승엽이 지난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1군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내야 훈련을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나승엽은 “솔직하게 말하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을 때도 미국으로 갈 생각만 했다. 주변의 조언을 많이 받고 롯데 입단을 결심했다”며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길을 택하든 너를 응원하겠다’는 성 단장의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평범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선택을 재촉하지 않고 내 의사를 존중한 성 단장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회상했다.

롯데 입단을 결심한 나승엽에게 덕수고의 정윤진 감독은 “미국 진출의 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늦추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승엽은 정 감독의 말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롯데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큰 꿈을 꾸는 신인에게도 프로 데뷔는 당면한 과제다. 나승엽은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훈련해온 신인 동기들 중 가장 먼저 1군 스프링캠프로 차출됐지만, 적합한 타순과 수비 포지션을 찾기 위해서는 허문회(49) 감독의 눈도장을 받고 선배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덕수고에서 유격수·3루수를 주로 맡았던 나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 내·외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야 수비 훈련 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지난해 KBO리그 전체 타율 2위(0.352)에 오른 손아섭(33)은 나승엽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나승엽은 “요즘 손아섭 선배의 조언을 가장 많이 듣고 있다. ‘프로는 고교와 다르게 144경기를 소화하니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교 시절에는 목표를 정하고 도달하기 위해서만 운동했다. 프로에 온 이상 하루하루의 경기와 훈련에 충실하면 한 시즌을 끝낼 때쯤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즐기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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