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대선 공약도 법 절차 지켜야 한다는 감사원장의 일침

최재형 감사원장이 22일 대통령의 공약이라도 이행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신선하게 들린다.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정치가 뒤엎으려 하면서 잡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다. 최 원장의 발언은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나왔다. 여당 의원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문제와 관련해 “정책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주장하자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해야 된다”고 답했다. 최 원장은 이어 “대통령이 공약하신 사항의 정책 수행은 제대로 해야 되는 게 맞는다”며 “그러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당화된다는 주장은 아니죠”라고 반문했다.

최 원장의 지적대로 대선 공약이라도 실행에 옮길 때는 법적 절차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약 이행을 보좌해야 한다.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준법의식까지 없어선 안 된다. 공직자에게 법과 규정을 어기라고 지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원전 폐쇄를 공약했다면 실행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의 일이다. 원전의 경제성 평가는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성이 높게 나오면 공약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그런 후에도 다른 사회적 이익까지 고려해 공약을 실행해야겠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어 추진하는 게 올바른 절차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고 수치를 조작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대선 공약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임기 중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을 2019년 1월 보류했다.

원전 감사나 수사로 원전 폐쇄 공약 이행에 장애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 수행 과정의 적절성이나 적법성을 따지는 건 감사원이나 검찰이 당연히 할 일이다. 정치권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들 기관을 겁박하는 것은 국가 운영에 불가결한 견제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다. 정권을 장악한 정치 권력이라도 법을 지켜야 하는 건 법치국가에서는 당연한 원칙이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감사원과 검찰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넓지만 그렇다고 무소불위는 아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