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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 감고 귀 막은 최전방 경계… 지휘계통에 책임 물어야

최근 북한 남성의 귀순 과정에서 드러난 군 경계망의 허점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경계를 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합참에 따르면 남성이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감시·경계용 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무려 8번이나 놓쳤다. 이에 따라 남성이 민통선 초소로 이동할 때까지 3시간11분간 월남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눈으로 놓친 것도 모자라 경보음까지 무시했다니 더 어처구니없다. 남성이 CCTV에 포착됐을 때 상황실 모니터에 경보음이 두 차례 울렸지만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방치했다고 한다. 경계뿐만 아니라 남성 식별 뒤 31분이 지나서야 주요 부대에 상황이 전파되고, 22사단과 8군단이 식별 초반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등 보고 및 작전 수행 과정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남성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의 존재를 해당 부대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해안 철로 공사 때 설치됐다지만 이 배수로는 부대 관리 대상 목록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군은 이번에 이 배수로를 포함해 모두 3개의 배수로를 새로 찾아냈다고 한다. 군이 지난해 7월 한 남성이 인천 강화도의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전방의 모든 배수로를 일제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노크 귀순, 철책 귀순으로 곤욕을 치른 부대의 기강이 이러할진대, 다른 최전방 부대는 사정이 어떠할지 걱정이 앞선다. 합참이 23일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방의 과학화 경계 체계를 재점검하겠다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장병들의 기강이다. 오히려 전자감시 체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사람의 감시가 이전보다 더 소홀해진 측면도 있으리라 본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남북 해빙 무드에 편승해 대북 경계 태세마저 느슨해진 게 아닌지도 돌아봐야 할 테다. 경계 태세를 바로잡고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일선 부대 지휘관들만 문책할 게 아니라 상부 지휘계통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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