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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동은 화이자, 일반 병동은 AZ… 찝찝한 ‘백신 계급제’

“명백한 차별 대우” 쓴소리 봇물


서울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 일반병동에서 일하는 30대 간호사 A씨는 최근 병원 측으로부터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지를 받아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이자 백신인 줄 알았는데 본인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24일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에게 화이자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해 당연히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일반병동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는 A씨의 동료 간호사는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고 한다. A씨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데도 백신 접종에 성골·진골·6두품 계급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A씨는 형평성 없는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에 불신이 생긴다고 했다. A씨는 “애초 병원에서도 의료진에게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은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접종 방침을 확인하고 보니 설명과 달리 두 백신의 효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느껴져 눈뜨고 속는 기분”이라고 분통을 떠뜨렸다.

백신 접종을 앞둔 대학·요양병원 현장에서 때 아닌 ‘백신 계급론’이 등장해 논란이다. 화이자 백신이 제공되는 코로나19 전담병원 내에서도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만 선별적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아예 우선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된 행정직군을 중심으로 명백한 차별 대우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 행정부서에 근무하는 B씨는 행정직군이라는 이유로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B씨는 “고위험군이 많은 요양병원 직원은 누구나 백신 우선순위 아니냐”고 반문했다. 행정직군도 요양병원 안에서 의료진 못지않게 환자와 접촉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B씨에 따르면 병원 내 사회복지사들은 코로나19로 면회가 어려워진 뒤 환자와 보호자의 영상 통화를 도와주는 일이 많다. 관리과 직원은 시설 관리를 위해 병동과 병실을 수차례 오간다. B씨 병원은 방사선실과 원무과가 붙어 있어 행정직과 환자 동선이 겹치는 일도 빈번하다. B씨는 “의료진과 똑같이 주 2회 진단검사를 받고 동선 보고도 하며 버텼는데 허망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백신 계급론은 당초 백신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모씨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에 갑자기 보건소에서 ‘전체 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이 내려왔다고 한다. 요지는 환자의 보호자 동의를 얻어 백신 접종 명단을 최대한 빨리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휴일임에도 부랴부랴 전화를 돌려 겨우 명단을 제출했더니 갑자기 ‘65세 이상은 백신 접종이 안되니 조사를 중단하라’는 재공지가 내려왔다”며 “정부가 내놓는 백신 정책이 오락가락하다보니 백신 맞기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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