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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폭, 고소될까요?” 변호사 찾은 지은씨, 다시 울었다

대부분 공소시효 지나 증거확보 중요
폭로의 공익성 주장하는 게 최선책


20대 중반인 최지은(가명)씨는 중학생 때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자퇴했고 정신과 치료도 장기간 받았다. 그러나 나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씨는 최근 용기를 내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사건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사과라도 받고 싶어 어렵사리 가해자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가해자들은 협박죄로 처벌받고 싶으냐며 되레 으름장을 놨다.

유명인이 연루된 학교폭력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최씨처럼 과거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를 문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를 찾기 어려워 피해자가 두 번 우는 경우가 많다. 피해가 사실로 인정됐는데도 폭로한 피해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있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24일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던 학폭 관련 문의가 1주일에 두 번 들어올 정도로 확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증가한 건 학생시절 사건에 대한 성인들의 문의다. 2월 말은 개학 전이라 사건이 적은 시기인데, 최근 유명인의 가해 의혹이 불붙듯 번지면서 일반인의 과거 피해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거 학폭에 대한 처벌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사건 이후 3년이 지나면 불가능하다. 당시 폭행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도움이 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당시 사건을 목격했던 증인이나 맞다가 망가진 안경을 수리했다는 서류 등이 있으면 고소가 가능하지만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면 기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폭로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하는 건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현재 진행 중인 유명인에 대한 의혹 제기 또한 법적 책임이 아닌 도덕적 책임을 지우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문제는 폭로자가 역으로 처벌되는 경우다. 실제로 대구지법은 지난해 9월 “걸그룹 멤버 A씨가 과거 내 아내를 괴롭힌 적이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은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가해가 허위사실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지만 그럼에도 B씨는 벌금형을 피하지 못했다.

피해자들로서는 폭로의 공익성을 주장하는 게 최선이라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유명인에 대한 폭로는 피해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공익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폭로 행위 자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만, 표현 방법이나 동기에 있어 비방 목적이 없고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주언 안명진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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