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살며 사랑하며] 꽃길

배승민 의사·교수


행사에 쓸 꽃다발을 사러 꽃집에 갔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꽃이란 보기는 좋아도 선물로 고르기 쉽지 않은 품목이다. 타인의 취향이란 쉽게 보이는 것이 아닌데, 그중에서도 꽃과 색에 대한 취향은 친밀한 사이라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모든 선택을 꽃집 주인의 손에 맡겼는데, 이번 꽃은 퇴임하는 분을 위한 것이라 다른 때보다 마음이 더 쓰였다.

작은 꽃집 곳곳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사한 꽃들로 가득했다. 세상이 어수선하여 더 그런 건지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생생한 자태가 곱고,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아둔한 시선으로는 선택이 어려워 주인에게 물었다. “이 꽃도, 저 꽃도 예쁜데…. 다 섞으면 너무 제각각이라 안 어울리겠죠?” 참으로 촌스러운 감각이라고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꽃집 주인은 매우 진지한 얼굴로 “아니에요. 참 예쁘겠어요. 가공한 색들은 서로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이런 자연의 색들은 아무리 달라도 다 예쁘니 걱정 마세요”라는 게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전문가가 다듬은 결과물은 전혀 다른 색, 다른 종류들을 모아놨건만 함께 있는 자태가 더욱 어울려 아름다웠다. 고운 꽃바구니를 만족스레 들고나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 세상에서도 서로 다르다고 옳고 그른 것이 아니듯, 자연 역시 각자 달라서 더 아름답다고.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눈으로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는 꽃집 사장님 같은 넓은 시선일 것이라고.

칼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넘어 마지막 글까지 왔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남루하고 제각각인 글들이건만 과분하게 읽어준 독자들 덕분에 유지해온 자리라, 마지막은 그간 부족한 글을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각기 다르지만 의미 있는 아름다운 시간을 이어가시길, 그리고 자신만의 꽃길을 걸으시기를 바란다.

배승민 의사·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