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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김정은의 ‘이민위천’

이흥우 논설위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되는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위기와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국가라고 다르지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부국은 막대한 돈을 풀어 자국민 지원에 나선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엄두조차 못 냈다. 백신의 경우도 선진국들이 사재기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북한도 그런 나라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더 큰 난관에 봉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코로나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중국 국경까지 막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물음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권력층 밥상엔 변화가 없겠지만 북한 주민의 삶이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북한 주민이다.

이러한 현실이 가슴 아팠던 모양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끝난 노동당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계몽군주 흉내를 내고 있다. 연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민위천’, 8차 당대회 이후 북한 매체에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구호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을 연상시킨다. 당대회에서 일심단결, 자력갱생과 함께 올해의 구호로 전면에 내세운 이 말은 사기 역이기( 食其)전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에서 따왔다. 이 구호는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약속했던 김일성 시절에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할아버지 따라쟁이 김 위원장이 다시 소환했다.

북한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단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천리마정신 카드를 빼들었다. 노동신문은 최근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제하 기사에서 “천리마정신이 강성 번영의 활로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이 더욱 강조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1950년대 천리마정신이라니…. 이래서는 할아버지가 못 지킨 약속, 손자도 못 지킨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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