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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장관보다 여당 의원이란 박범계 장관의 위험한 인식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관련한 질문에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라며 “여당 검찰개혁특위 위원들과도 토론을 많이 해 당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부적절하고 그 저변의 인식이 위험해 보이는 발언이다.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형사사법체계와 관련해 장관으로서 판단을 밝히면 될 일에 여당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공개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행정부 각료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런 인식은 국정 난맥상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 지역구 의원이 장관이 돼 전체 국익보다 소속 정당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국정이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나 감사원처럼 독립성이 중요한 기관의 장인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자기 정체성의 기본을 여당 의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면 수사의 중립성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의 업무 가운데 검찰 인사를 비롯해 수사의 중립성 문제와 깊이 연결된 다른 사안도 한둘이 아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고 일방적인 검찰 인사를 밀어붙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게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과 달리 우리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 요소를 받아들여 의원들의 행정부 장관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원으로서의 이해관계보다 국익을 우선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각료들의 정치 중립 인식이 이렇게 허술할 바에야 차라리 의원의 각료 겸직을 금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법무부의 경우 아예 당적 이탈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최근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행정부 차관까지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무차관 기능을 강화해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지만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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