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병역거부 판결… 신념 있으면 ‘무죄’ 전과 있으면 ‘유죄’

대법, 비종교 사유 2명엔 “유죄”

연합뉴스

비폭력·평화주의의 신념을 주장한다고 해서 모든 비종교적 병역거부자가 사법부로부터 ‘진정한 양심’을 인정받는 건 아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비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무죄를 확정한 25일에도 또 다른 2명의 피고인은 유죄를 확정받았다. 군대에 입영할 수 없다는 이유를 똑같이 말하더라도 누군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또 다른 누군가는 ‘선택적 병역거부’로 판단받는 것이다.

법원은 병역거부자 각자의 인생 행적을 들여다보고 병역거부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되느냐’를 따진다.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부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지만 어쨌거나 검증의 사례들은 점점 쌓이고 있다. 이날 유죄가 확정된 비종교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1명은 경찰관을 폭행한 전력 때문에, 또 다른 1명은 산업기능요원 복무는 받아들였다는 점 때문에 양심을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날 예비군훈련을 16차례 거부한 A씨의 무죄를 확정하면서도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셋은 모두 특정 종교의 신자는 아니었고, 비폭력에 대한 개인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유무죄를 가른 것은 결국 삶의 행적에서 드러난 신념의 모순성, 전과의 유무 등이었다. A씨의 경우 수년간 수십 차례의 조사를 견뎠고, 구직이 어려워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신념을 유지한 점이 무죄 판단에 고려됐다.

반면 B씨는 2015년 한 집회에서 질서유지 업무 중이던 경찰관을 가방으로 내리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공동주거침입죄를 저질러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전력 등이 문제였다. 이러한 전력을 감안하면 “폭력에 반대한다”는 신념이 명확히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 하급심의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C씨가 양심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병역거부 이전에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내역이 아무것도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가 집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보충역인 산업기능요원 복무는 평화적 신념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모순으로 지적받았다. 산업기능요원도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은 받기 때문이다. C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받아들인다는 점은 양심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비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무죄를 동시에 선고했지만 여론은 엇갈렸다. 한 현직 검사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에도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며 “병역거부의 인정 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죄 확정판결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는 “무죄 판결은 반길 만하지만, 유죄 판결은 역행했다”며 “사소한 것들을 트집잡아 ‘양심이 진정하지 않다’는 식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된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

비종교적 병역 거부 인정… ‘진정한 양심’ 판단 기준은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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