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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한 맺힌 푸에블로호

손병호 논설위원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동해에서 북한군에 나포된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이다. 배에는 80여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다. 북한은 그해 12월 미국한테 영해 침범에 대한 사과를 받은 뒤 이들을 석방했다. 현재 이 배는 평양으로 옮겨져 선전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푸에블로호는 북·미 관계가 좋았던 2년 전에 화제가 됐었다. 2019년 2월 북·미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가에서는 푸에블로호 송환 카드가 회담 의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배를 송환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담이 ‘노 딜’로 끝나면서 송환 얘기도 쏙 들어갔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푸에블로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미 연방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에게 모두 23억 달러(2조50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이들은 억류 당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면서 북한을 피고로 집단소송을 냈었다. 승소는 했지만 북한한테서 배상금을 받기는 꿈도 꾸기 어려울 테다. 원고들도 이를 잘 알기에 우선 푸에블로호라도 반환받는다면 자신들이 바랐던 ‘정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적국에 배를 뺏긴 것에 응어리가 맺힌 승조원들이 반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푸에블로호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긍정적인 것 중 하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 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상원의원이던 2008년에 푸에블로호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푸에블로호를 송환한다면 북·미 대화 촉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미 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도 좋아지고 승조원들도 평생의 한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역사적 장면이 꼭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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