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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지구를 지켜라

김준엽 산업부 차장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성공적으로 착륙해 2년간의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과 물을 찾는 게 목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화성 탐사지만 이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세계 최고 부자들이 앞다퉈 우주를 무대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에 대한 집착은 지구가 아닌 곳에서 인류가 살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인류의 외연을 넓혀가는 시도는 환영하지만 여차하면 지구는 포기할 수 있다는 복선이 깔린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환경이 파괴된 지구의 대안으로 화성을 생각하고 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는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떠난 700년 후를 무대로 한다. 쓰레기 처리 로봇 월E는 인류가 떠난 후 쉬지 않고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 이유는 독성 물질로 살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산한 거리의 모습을 비추며 이유를 설명한다. 대형마트, 주유소, 은행, 식료품 등은 모두 한 거대 기업 소속이다. 극단적 효율성과 이윤만 추구한 결과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황폐해진 지구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미국 텍사스 한파는 환경 파괴로 인한 기상이변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가 더는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확해졌다.

텍사스는 미국 남부 멕시코와 맞닿은 지역이다. 1년 내내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곳에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와 폭풍우 등이 몰아쳤다. 자연재해가 닥치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민낯이 나타났다. 추위에 시달린 텍사스 주민들의 치를 떨게 만든 건 느닷없이 폭등한 전기요금이다. 텍사스는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스틴 에너지’라는 회사가 전력망을 독자 구축한 탓에 가격이 탄력적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 등락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번 한파에서 폭등한 전기요금은 텍사스 주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한 전력 업체의 경우 도매가격을 메가와트시(㎿h)당 50달러에서 9000달러(약 995만원)로 올렸다. 전기요금이 1000만원 이상 청구된 가정도 나왔다. 또 호텔 숙박료와 생수 등 생필품 가격이 높게는 평소보다 3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불가항력의 자연재난에 누군가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기상이변이 일회성이 아니고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윤만 추구하는 왜곡된 가치관은 사라져야 한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윤리 문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적 제품을 만들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성향도 강화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지구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게이츠는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우주 개발에 대해 “로켓을 쏘는 게 해법은 아니다”며 지구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는 전적으로 게이츠에게 동의하고 싶다. 도피성 우주 개발보다 지구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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