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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북핵 해결 열쇠는 미국 신뢰성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국 국무부가 북한 핵·미사일이 자국의 시급한 우선순위 과제라고 확인했다.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이 2년간 정체돼 왔고, 이로 인해 남북 관계 진전도 막힌 상태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겠다니 반갑다. 그런데 북·미 협상 재개를 기대할 만한 움직임은 아직 찾기 어렵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낙관이 어려운 이유가 북한보다 미국에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북한이 김정은 1인이 통치하는 독재국가이므로, 그가 핵을 내려놓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북핵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 김정은은 자기 생명과 정권 유지를 가장 중시하고 핵은 이를 지키기 위한 결정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핵 보유가 파멸을 초래함을 보여주려는 정책은 부작용이 더 컸다. 따라서 그가 핵 포기 결단을 내리도록 하려면 핵을 버릴 경우 둘 다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역대 미 행정부는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1990년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여러 차례 국제 핵 사찰을 받아’ 핵을 갖고 있지 않음을 들키고도 대들다가 미국의 군사 공격 후 체포돼 처형됐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미국과 타협’한 뒤 미국을 포함한 나토가 개입한 내전에서 살해됐다. 소련 해체 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안보보장을 받고’ 핵을 러시아로 넘겼는데,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방관했다. 이란도 북핵과 관련된 부정적 전례이다. 2015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바꾸는 협정을 맺었지만 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를 파기한 뒤 제재까지 가했다. 미국의 신뢰는 추락한 상태다.

북한이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이고 국가경영 능력도 뒤떨어져 1970년에 유사했던 남북한 경제력이 이제 50배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그 지도부는 정권 유지 자격이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미국에 중요한 것은 양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기시키는 것이므로 이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라크, 리비아, 우크라이나, 이란의 경험에서 배운 것은 미국이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이를 믿을 수 있지 않은 한 핵을 붙잡고 있어야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세 차례 만남에서도 미국을 섣불리 믿는 것은 어리석다는 점을 확인했을 것이다. 선거 홍보용 행사는 떠들썩하게 하면서 약속했던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는커녕 종전선언조차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와 이란 핵 협정 복원 양상을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2008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과감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펼친다고 공언하고도 행동하지 않자 북한이 2009년 4월 5일 장거리로켓을 발사해 8년 동안 북한과 진지한 대화 한 번 갖지 못한 것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미국의 말이 진정이라면 사고를 약간 전환해 성공을 단기간에 거둘 수도 있다. 북한이 100배 이상의 핵 무력과 500배 이상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미국을 믿지 못하는데 미국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결정적 보루인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약속을 확실히 지키는 믿을 수 있는 나라임을 보여준다면 확실한 성공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북·미 정상 간 합의인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존중 및 종전선언 수용 용의 표명과 함께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고 평양에 특사로 파견하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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