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대중으로 대충하란 건가” 쥐어짜기 주사기 현장선 아우성

정부 “잔여량 추가 접종 가능” 안내
정확한 물량 사전 해동 어려워
잔여량 안맞으면 주사기만 버려

조미희 풍림파마텍 부사장이 지난 18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최소 잔여형 주사기(왼쪽)와 일반 주사기를 들어 비교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백신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당 접종 인원을 현장에서 1, 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연합뉴스

예방접종을 시작한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접종 인원 논란이 일고 있다. 특수 주사기를 활용하면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당 최대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접종 인원 확대 방침이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8일 “화이자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이알당 6회분으로 허가받았다”며 “바이알당 접종 인원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각 주사기나 현장 인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접종 가능한 인원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1바이알당 7회분’을 표준으로 삼지만 않았을 뿐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추진단은 앞서 전날 일선 접종 현장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바이알당 접종 권고 인원수 접종 후 잔여량이 남게 되면 폐기량 감소를 위해 추가 접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추진단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여러 바이알의 잔량을 한데 모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도 강조했다.

화이자 백신의 표준 접종 방법은 바이알 1개에 들어 있는 백신 0.45㎖를 생리식염수 1.8㎖와 섞은 다음 0.3㎖ 분량으로 다시 나눠 접종하는 식이다. 일반 주사기를 사용하면 이를 알뜰히 활용하기 어렵다. 주삿바늘과 피스톤 사이의 공간이 넓어 그만큼 실제 접종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백신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바이알당 7회분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이 공간을 최소화한 최소 잔여형(Low Dead Space·LDS) 주사기를 국내에서 쓰게 되면서 불거졌다. 폐기될 양을 고려해 각 바이알에는 약간의 여유분이 들어 있는데, LDS 주사기로 실제 폐기량을 줄이고 이 여유분을 더하니 7회분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제히 걱정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냉동 보관을 원칙으로 하는 화이자 백신은 사전예약자 수에 맞춰 정확한 물량을 접종 전날 밤 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종 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드시 7회분을 쥐어짤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잔여량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안내하는 것 자체가 백신 접종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알엔 눈금 표시가 없으니 잔여량이 0.3㎖인지 아닌지 눈대중으로 확인하라는 소리”라며 “주사기에 넣은 뒤에 0.28, 0.29㎖로 나오면 멀쩡한 주사기만 하나 버리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국민은 누적 2만322명으로 집계됐다. 주말을 맞아 접종 첫날인 26일보다 크게 줄어든 1217명만 전날 새로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112건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다만 이들 모두 두통, 발열 등 경증이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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