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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안부 배상 판결과 재판권 면제 원칙

주진열 (부산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일본에 대한 재판권 면제를 부인하고 위안부 피해 배상을 청구한 원고들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권 면제란 주권 국가의 권력 행위는 타국의 민사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원고들이 위법이라고 한 일본의 행위는 권력 행위이므로 민사 재판권 면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원 판결의 논리는 일본의 행위가 강행규범 위반인 반인도죄에 해당하므로 재판권 면제가 부인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 차원에서 국내 민사 재판권 면제는 ‘강행규범 위반’이나 ‘반인도죄 문제’와 다르다. 국제사법재판소도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 원고들에 대한 독일의 강제노동이 강행규범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판권 면제를 부인한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의회는 법원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법률을 만들었다.

재판권 면제가 인정되면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하므로 부당하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 청구권 문제는 재판권 면제와 별도로 국제법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피해자 국적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관련 국가들이 합의해 임시 국제청구권재판소를 설립한 뒤 거기서 사건별로 해결할 수도 있다. 또 모든 청구권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국교를 수립하면서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를 최종 해결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와 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해 왔다. 보상이라는 용어가 일본의 위법 행위를 전제하지 않은 것이므로 청구권 협정과 상관없이 일본 측에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은 과거 국제법상 위법 행위 여부를 다투지 않고 모든 청구권 문제를 최종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청구권 협정 해석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법에 따라 양국이 합의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고, 한국 법원이 일방적으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일본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 2015년에는 위안부 피해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한 한·일 정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제공한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다시 지급했다. 2015년 합의는 국회 동의를 얻지 않아 국내법상 법률 효력이 없을 뿐 국제법 차원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되므로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무효로 할 수 없다.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는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제법 차원에서는 성립될 수 없다. 이번 판결로 인한 한·일 국가 분쟁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면 결국 양국이 합의해 국제법에 따라 국제 재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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