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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뜀뛰는 美 국채금리發 탠트럼… 4일 파월 발언이 향방 가른다

채권 발작 추이·전망


‘채권 발작’(본드 탠트럼·Bond tantrum).

최근 2주간 외신들에 등장하기 시작한 용어로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을 빗댄 것으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위력과 그 트라우마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최근의 가파른 금리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실질금리마저 가파른 우상향, 왜?

‘금리 상승=주가 하락’. 이 명제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경기가 호전되면 시중금리도 자연스레 올라가므로 기업 이익이 증가해 주가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명제가 성립하려면 채권에 비해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야 한다.

바로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이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저금리 지속 의지를 표명하면서 떨어지던 주가를 반전시켰다. 그러나 다음 날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장중 1.6%를 돌파하면서 주가가 다시 크게 출렁거렸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 1.6%는 S&P500지수 배당수익률 1.56%을 앞서므로 금리 상승=주가 하락 공식을 만족시킨다. 채권 수익률 급상승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면 기업이익이 줄어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 수익률 급상승은 코로나 백신 보급 등에 따른 경기 회복보다 인플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8월 4일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0.53% 포인트 상승한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을 분석한 결과 경기회복 기대 요인(36%)보다 국채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우려(64%) 요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2013년 중반 이래 최근까지 제로 수준 이하를 유지해 오던 실질금리마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양적완화 조치가 시작되면서 -1.0% 미만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지난 25일 -0.7%까지 올랐다. 5년 만기 채권 BEI(Breakeven inflation rate)가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인 2.4%로 오르는 등 중기 금리까지 꿈틀거리고 있다.

620억 달러 규모의 7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2.04배로 떨어진 것도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 경기부양 패키지에 따른 국채수급 우려가 심해졌음을 반영한다.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리파이낸싱 수요가 10% 이상 줄자 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유 국채 매도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촉발시켰다. 본드 탠트럼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본드 탠트럼, 약일까 독일까?

하지만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 시장 변동성 확대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최근 주가 하락장은 ‘주식 듀레이션’이 긴 빅테크 등 성장주 하락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듀레이션이란 투자 기간이 만료됐을 때 예정대로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채권의 경우 만기가 됐을 때 약속된 수익률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일종의 금리 민감도를 뜻한다. 채권처럼 만기가 없는 주식의 경우엔 배당수익률로 듀레이션을 평가한다. 즉 금리가 오를수록 기업 이익이 줄어 배당 수익률도 낮아지므로 주식의 듀레이션이 길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현금 흐름이 중시되는 성장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반면 인플레를 당장 상품 가격에 반영하는 경기민감주(사이클리컬)의 주가는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은 이들 경기민감주의 상승세가 지난해 하락세를 만회할 만한 수준까지 오르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투자자들이 그동안에 올렸던 수익을 실현하느라 주식을 처분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우려만큼 듀레이션만으로 성장주의 주가를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가 빅테크와 그린 뉴딜 종목 등 성장산업인 데다 이들 기업은 과거와 달리 미래기대 수익이 아닌 현재 실적도 반영하고 있다.

결국 최근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시장 참여자들과 연준의 기싸움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지적처럼 시장의 의구심은 파월의 최근 발언이 시장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시장은 1조9000억 달러 경기부양 패키지에 따른 채권 수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 지속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계속 묻고 있는 것이다. 아트 캐신 UBS 디렉터는 CNBC에 “연준이 채권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시장이 믿기 시작하면 테이퍼 탠트럼에 대한 경계심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준과 재무부 입장에서는 3조5000억 달러가 넘는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상승도 부담이다. 따라서 조만간 시장 금리 상승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씨티그룹 글로벌전략팀은 국채수익률이 당분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시점에 연준이 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만수르 모히우딘 싱가포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긴축재정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더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일 WSJ 콘퍼런스 행사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번 본드 탠트럼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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