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공급 확대 중요하지만 과잉수요 분산시켜야”

서왕진 전 서울연구원장 인터뷰


“서울시 전체가 공사판으로 바뀌고 주민 갈등이 번져 10년 전으로 후퇴해서는 안됩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주택공급 확대뿐 아니라 과잉수요를 적절히 분산시켜야 합니다.”

서왕진(55·사진) 전 서울연구원장은 지난달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퇴임 바로 전날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이 쏟아내는 부동산 공약에 대해 일갈한 것이다. “적극적인 주택공급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뉴타운 재현’은 결코 안될 일입니다.”

서 전 원장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재개발·재건축) 해달라 민원이 빗발치고 정치까지 부화뇌동하면 다시 뉴타운의 혼란이 오게 된다. 공공재개발이 필요한 곳은 해주되 무작위로 지정되고 모두 쫓아가는 식으로 되면 안된다”고 했다.

민간 재건축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서 전 원장은 “공공재건축을 통해도 적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건 버티면 다음 정부에서 더 큰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가 인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어렵게 유지해온 부동산정책이 (민간 재건축을 허용하는 순간)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대규모 개발 말고도 저층 주거지 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고, 기존 주택의 성능 향상을 위한 리모델링사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정부의 대책이) 신규 주택만 더 짓는데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에 대한 이해, 부동산에 대한 철학적 바탕이 있어야 미래지향적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서 전 원장은 서울시가 현재의 ‘3도심 7광역’ 중심에서 더 다핵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간단계로 역세권 활용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시에 ‘10분 동네’정책과 ‘21분 생활권’계획이 있다”며 “자기 생활권역에서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좀 더 세분화된 다핵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300여개 역세권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필수 공공시설을 조사해 빠진 것들을 생활SOC로 보충하자는 것이다.

서울이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선 신성장동력 발굴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차기 서울시장의 과제라는 것이다. 서 전 원장은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서울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첨단산업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며 “바이오·의료 분야 신성장동력 사업에 서울시가 테스트베드로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서울시내 상점 매출액이 2019년 100조에서 2020년 91조로 9조원 줄었는데 시민들 소비액은 3조5000억원만 감소했다”며 “이는 상점에 직접 가서 사던 걸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결과로, 디지털 시대의 변화이자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5~6월엔 소상공인의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증가했는데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효과를 본 것”이라며 “다만 교육이나 여행 업종은 피해가 큰데도 효과를 못 봤다. 그런 분야는 직접적인 지원이 굉장히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경기·경남·충남연구원과 함께 재난지원금 효과를 공동조사해 연구중이며 4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는 “재난지원금 선별 방법이나 규모를 결정하려면 개인이나 사업체 소득을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T)은 발달돼 있지만 행정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전 원장은 서울연구원장으로 3년 10개월을 재직했다. “서울연구원이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시민들의 현장 전문성과 결합된 씽크 플랫폼(think platform)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오랜 시정 경험을 책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 가운데 계승 발전시켜야 할 가치로 포용정책과 생태적 전환, 소통·협치를 꼽았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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