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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배우에 게임 속에서 콘서트… 공연예술 융·복합 시대

코로나로 공연예술 전통 형식 무너져
AI·VR·데이터 등 첨단기술 무대로
오감 자극 몰입… 새로운 경험 선사

김지선 '슬픔의 집'

로봇이 연극배우로 나서고, 게임 속에서 콘서트를 연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종종 시도됐던 것이지만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을 독려하면서 창작자와 대중 모두에게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 정거장’(Virtual Station)이 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아현동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에서 개최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보틱스, 게임, 위치 정보, 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예술로 승화한다.

김지선 작가의 ‘슬픔의 집’ 배경은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다. 여기에 가상의 극장을 마련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5월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개최됐던 세계적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와 비슷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에란겔: 다크 투어’ 역시 세계적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진행된다. 선발된 100명의 유저는 게임의 배경인 에란겔 섬에 초대돼 미션을 수행한다. 리미니 프로토콜 감독의 ‘언캐니 밸리’의 주연 배우는 로봇이고, 헬렌 노울즈의 ‘수퍼댓헌터봇’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일상에 스며든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가 개막했다. 멀티버스(Multiverse)는 여러 개의 우주라는 의미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주제로 올해 12월 5일까지 열린다.

권하윤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권하윤 작가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와 서현석 작가의 ‘X(무심한 연극)’는 실감형 콘텐츠로, VR 장비를 착용한 후 가상의 공간을 감상할 수 있다. 안정주·전소정 작가의 ‘기계 속의 유령’은 드론을, 정금형 작가의 ‘장난감 프로토타입’은 로봇을 활용했다. 후니다 킴의 ‘디코딩되는 랜드스케이프’는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면서 지금의 융·복합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며 “상상력의 충전소인 미술관에서 관람객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니다 킴의 '디코딩되는 랜드스케이프'

사고체계에 반전을 제시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는 시도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공연계 전반이 침체한 지난해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11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태평성시 :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공연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이 허공에 떠다니는 무대가 펼쳐졌다.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시도였다. 태평성시도 그림 속 세계는 3D 프로젝션 맵핑으로 실재 장소처럼 재창조됐다. 지난해 10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만든 공연계 최초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 ‘버추얼 팸스’(Virtual PAMS)는 RPG 게임을 연상케 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국립현대무용단 신창호 안무의 ‘비욘드 블랙’은 AI에게 움직임을 입력해 학습하도록 한 뒤 안무를 짠 공연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 '비욘드 블랙'

오랫동안 예술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기술이 인간의 창작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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