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삼일절 집회… 규모 작았지만 곳곳서 실랑이

경찰 6000여명 광화문 일대 통제… 도로 꽉 막히자 상인들 볼멘소리

3·1절을 맞은 1일 경찰들이 우비를 입고 불법집회를 대비해 광화문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도심 곳곳에선 보수단체 등이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최현규 기자

3·1절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 소규모 집회시위가 열렸다. 큰 대치는 없었지만, 마스크를 허술하게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10여개 부대 6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광화문 일대에 대기하면서 주변 상인과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화문 누각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일부 참가자는 덮개 없는 마이크를 돌려쓰며 “정부가 기본권을 통제하는 것은 잘못됐다”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 여성은 검은색 천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다만 단체 측은 이 여성은 회원이 아니라고 했다.

경찰과 집회참가자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낮 12시쯤 보수단체 애국순찰팀이 차량시위를 위해 정차하자 경찰관이 “정차는 불가능하고 이동만 할 수 있으니 차를 빼라”며 제지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한참 항의를 하다가 “우리가 방화, 손괴, 집단 폭행하는 단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오후 2시쯤 50~70대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삼삼오오 모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모(69)씨는 “집회 신고를 한 건 아니고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경찰들은 집합 장소를 족족 찾아다니며 ‘해산하라’ ‘계속 서 있지 말고 이동해 달라’고 외쳤다. 모여 있는 사람들은 “9명 이하인데 왜 가라 하느냐”며 반발했다. 마스크를 벗고 물통을 돌려 쓰다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자 “당신은 우유를 마스크 쓰고 먹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

집회시위로 도로가 꽉 막히자 주변 상가 업주와 주민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안국역 부근에서는 상가 주인이 나와 “장사도 안 되는데 입구 앞을 막고 있냐”고 경찰에게 언성을 높였다. 광화문역 앞을 지나가던 40대 이모씨는 “코로나19로 예민한 시기에 기어이 거리에 나오겠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집회 규모가 줄어 그나마 안도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최모씨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모두가 조심하는 마당에 이 사람들이 찬물을 끼얹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집회는 시작 시간이 늦어졌거나 행진을 신고해 놓고도 하지 않는 식이었지만 곳곳에서 불법집회가 계속 발견됐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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