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포구 등대 너머 동백의 붉은 유혹… 色다른 봄마중

일출·일몰 명소~ 최초 성경전래지 충남 서천

이른 아침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 앞 방파제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빛 아침 해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훌쩍 떠나고 싶다면 충남 서천으로 가자. 황금빛으로 물드는 서해의 일출·일몰은 그림 같은 풍광을 선사하고,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동백꽃은 설렘을 가져다준다. 최초 성경전래지에서 우리나라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고 국립생태원에서 ‘작은 지구’를 엿볼 수 있다.

서면 마량리 마량포구는 서천군 북서해안, 말의 머리를 닮은 지형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말 머리 형상의 주둥이 부근에 마량포구가 있고, 콧잔등쯤에 마량동백나무숲이 자리한다. 마량포구는 서천에서 일출·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이른 아침 포구에 서면 비인만 너머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른다. 포구에서는 새벽 출항에 나서는 어선들이 바삐 움직인다. 태양은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는 서정적인 장관을 펼쳐놓는다.

마서면 국립생태원을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에코리움 지붕의 유려한 곡선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량포구는 우리나라에 성경이 처음으로 전해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1816년 영국의 알세스트호와 리라호가 조선의 해안을 탐사하다가 마량포구 해안에 정박했다. 당시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비인 현감 이승렬이 배에 올라 영국 해군 함장으로부터 두 권의 책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중 첨사 조대복이 받은 한 권이 성경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포구 남쪽 방파제에 가면 당시 모습을 담은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포구 뒤편에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관’이 서 있다. 연면적 1374㎡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1층과 2층은 전시관으로, 3층은 전망카페로, 4층은 다목적실로 꾸며졌다. 기념관에는 200년 전 이곳에 전해진 영국의 킹 제임스 성경 원본과 한국어 성경 번역본 등도 전시돼 있다. 기념관에서 400m 떨어진 곳에 1816년 최초의 성경전래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은 공원도 볼거리 중 하나다. 영국 함선 리라호와 마량진 첨사 조대복이 승선했던 조선 판옥선 모형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방파제를 따라 달맞이 조형물이 들어서 있고, 정자를 지나면 방파제 끝에 노란 등대가 우뚝하다. 등대 아래에는 흔들그네도 있다. 남쪽으로 하얀 등대·빨간 등대와 어우러져 삼색 풍경을 내놓는다. 일몰 이후 조명이 들어오면 멋진 포토존이 된다.

마량포구는 한국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교사 아펜젤러와도 인연을 갖고 있다. 포구 뒤 작은 언덕에 동백정교회와 함께 아펜젤러 순직기념관이 있다. 1902년 6월 11일 아펜젤러 선교사는 성경번역을 위해 인천을 떠나 목포로 가던 중 어청도 인근에서 선박충돌 사고로 순직했다. 어청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 마량리에 순직기념관이 2013년 세워졌고 2015년에는 부속관인 가우처홀이 들어섰다. 기념관은 선박을 형상화해 건립됐으며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아펜젤러 선교사와 그를 파송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가우처 목사 등을 기념하고 있다.

마량포구 서쪽에 천연기념물 동백나무 숲이 있다. 바닷가 언덕 동쪽 자락에 500년 수령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곳 동백은 3월 하순에 꽃을 피운다. 해넘이 명소 ‘동백정’도 빼놓을 수 없다. 동백정에서 무인도인 오력도 너머로 지는 서해의 일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썰물 때 드넓은 모래사장과 갯벌을 드러낸 춘장대해수욕장. 조개잡이를 하거나 연을 날리는 가족들이 봄 바다를 즐기고 있다.

서천 해변의 가장 북쪽으로 향하면 춘장대해수욕장이다. 완만한 경사로 수심이 얕고 물이 맑으며 수면이 잔잔해 사계절 인기다. 썰물 때면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가족단위로 조개잡이 체험을 한다. 해변에는 연을 날리거나 바닷바람을 쐬러 나온 여행객들이 북적댄다.

서천에 국립생태원이 자리한다. 살아 숨 쉬는 지구 생태계를 탐험하는 체험 여행 공간이다.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해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와 서식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가 최근 재개장했다. 5개 구역으로 구분된 야외전시 공간은 여전히 통제중이다.

열대관에 들어가면 열대우림이 펼쳐져 겨울에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 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막관에서는 소노라, 모하비 깁슨, 마다가스카르 사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중해관·온대관·극지관까지 둘러보면 마치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외부에서 보는 곡선미의 건축물도 매력적이다. 건물 위로 올라가는 길이 완만하다. 건물 위에서 보는 풍경도 놓칠 수 없다.

여행메모
장항역 주차 후 서문 통해 에코리움
봄철 별미 주꾸미·특산품 김굴탕…

달맞이 조형물 등을 갖춘 마량포구 야경.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21번 국도와 607번 지방도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마량포구다.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은 정문보다 서문에서 가깝다. 서문 인근에 장항선 장항역이 있다. 이곳에 무료주차할 수 있다. 역에서 서문까지 걸어서 2~3분 걸린다.

홍원항과 마량포구에 횟집이 많다.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봄에는 주꾸미가 제철이다. 회·찜·샤부샤부·무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서천의 특산품이 김인 만큼 김을 이용해 만든 김굴탕도 유명하다.

춘장대해수욕장 앞의 모텔들이 비교적 깨끗한 숙소다. 마량포구 초입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장항스카이워크와 송림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신성리 갈대는 모두 베어졌지만 느긋하게 산책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끝자리 1일·6일 들어서는 한산오일장도 둘러보면 좋다. 한때 서천에서 최대 규모였던 한산오일장은 새벽 일찍 문을 여는 모시 장터로 유명하다.





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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