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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를 제 몸처럼… 월세·난방비에 반찬까지 후원

윤선디자인 섬김스토리

정윤선 윤선디자인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윤선디자인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기독교 디자인 전문 윤선디자인의 회사 로고 아래엔 ‘선한 영향력을 일으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른 로고에 적힌 ‘디자인으로 예배하라’는 문구와 함께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신조다. 윤선디자인 정윤선 대표는 로고에 새긴 그 말을 삶으로 실천한다. 올해로 문을 연 지 10년째가 된 윤선디자인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월세 난방비 반찬 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교회를 섬긴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세상의 희망인 교회,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발버둥치는 사역자들과 함께하는 건 크리스천 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나눔을 시작한 건 2012년, 한 작은 교회의 로고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다. 15만원의 디자인 비용을 성도들과 자신의 헌금으로 어렵게 마련한 담임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 대표는 마음이 쓰여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때마침 남편에게 정확히 15만원의 일당이 생겼고, 남편은 이를 그 작은 교회의 디자인 비용으로 헌금했다. 이 일을 계기로 정 대표의 작은 교회 섬김이 시작됐다.

디자인 회사인 만큼 처음엔 재능 기부로 매달 교회를 선정해 디자인 나눔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원래는 인쇄비를 받고 디자인만 해주는 식이었는데 한 지인이 재능기부 공지글을 보고선 ‘섬김이란 내가 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 하기 어려운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조언해 줬다”며 “같은 디자인에 교회 이름만 바꾸면 되는 ‘하기 쉬운 일’을 하면서 생색을 내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 그 뒤론 나눔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작은 교회의 필요로 눈을 돌리자 사역의 범위가 넓어졌다. 윤선디자인은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목회자 가정에 책가방을 선물한다. 2018년부턴 겨울마다 교회 10곳에 5개월간 난방비 25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작은 교회에 월세와 마스크도 지원했다. 사역에 지친 목회자와 사모를 위로하는 선물이나 간판을 달아주는 이벤트도 펼쳤다. 포스터, 주보, PPT 서식 등 기존의 디자인 나눔도 꾸준히 이어간다. 디자인 자료와 이벤트 소식 등은 카카오톡 채널,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등 SNS를 통해 나눈다.

윤선디자인은 2012년부터 작은 교회를 섬기는 다양한 나눔을 해왔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작은 교회에 선물한 간판과 목회자 자녀 책가방, 반찬과 비대면 심방 용품 나눔 포스터. 윤선디자인 제공

회사의 나눔 활동에 직원들도 적극 동참한다. 정 대표는 직원들이 섬김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작은 교회에서 보낸 사연을 함께 읽고 선물도 함께 고르면서 사역에 동참시킨다. 덕분에 매주 화요일 오전 직원회의는 사역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됐다. 김진영 팀장은 “작은 교회의 성도로서 이렇게 제 몸처럼 교회를 섬기는 회사에 감사하고 또 그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사모이자 작은 교회 전도사로 사역하기도 했던 이지은 팀장은 “작은 교회 소식을 전해드릴 때마다 대표님은 절대 허투루 듣지 않고 도와줄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며 “누군가는 기업이라면 이렇게 퍼주지 말고 이윤을 남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나눔을 함께하면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성장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꾸준한 나눔에 동역자들도 생겼다. 지난해 반찬가게 ‘만나애찬’은 윤선디자인을 통해 개척교회 가정 10곳에 3개월간 반찬을 지원했다. 윤선디자인의 간판 나눔 이벤트를 지켜보던 동행하는교회(김민석 목사)는 윤선디자인과 함께 매달 교회 한 곳의 간판을 달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교회와 개인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사역의 규모도 커졌다. 정 대표는 후원자들에게 후원 보고서를 반드시 보낸다고 한다. 후원의 사용처를 알려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작은 교회의 사정과 기도 제목을 공유해 함께 기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정 대표는 사역하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 가정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다. 상가교회 안에 사택을 짓고 공용화장실에서 아이를 씻겨야 하는 가정, 교인이 3명뿐이지만 배달과 대리운전을 하며 목회를 이어가는 개척교회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명을 놓지 않는 교회들의 사연이 윤선디자인으로 전달된다.

어려운 교회들의 소식을 빼놓지 않고 귀기울이는 그지만, 정작 도움을 받은 교회 목회자들의 반응을 묻자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섬기는 사람의 마음 중 가장 중요한 게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언가 기대하면 나눔을 계산하게 되기 때문에 일부러 피드백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선디자인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댓글 창은 감사 인사와 응원으로 늘 붐빈다.

앞으로 정 대표는 디자인이나 물품, 재정적 후원을 넘어 디자인 교육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사역자들이 교회에 필요한 간단한 디자인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디자인 책을 발간한 저자이기도 한 그는 교회 디자인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사역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다.

정 대표는 “지역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나가는 건강한 작은 교회들을 위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작은 필요나마 채워주는 동역자가 되고 싶다”며 “윤선디자인과 함께 해도 좋고, 각자의 교회나 처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도 좋으니 기독교인들이 작은 교회에 관심을 갖고 함께 응원과 기도를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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