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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늬만’ 가상화폐 거래소, 수집한 고객 주민번호 악용 우려

‘특금법’ 시행 25일부터 수집 길 열려… 중소 업체서 유출해도 통제 못해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 앞에서 회사 관계자가 비트코인 시세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달 25일부터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경영 투명성이 부족한 중소형 거래소들도 사업자 신고 수리 이전까지는 주민번호를 모을 수 있는 탓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가 골자인 특금법 시행일인 25일부터 고객에게 주민번호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특금법 시행 이전인 현재 거래소는 보통 거래액 기준으로 단계별 실명 확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최대 120여개로 추정된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오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금감원이 거래소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뒤 신고 수리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법 시행일과 신고 수리일 사이의 공백 기간에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가 주민번호를 수집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신고 불수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거래소, 간판만 가상화폐 거래소로 내걸고 불법을 저지르는 업체들도 많으면 수십만건의 주민번호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 불수리 통보를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주민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즉시 파기해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만약 파기하지 않으면 정도에 따라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며 “향후 사법 당국과 공조해 파기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FIU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신고 수리 이후 주민번호 수집을 하도록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현재 법상으로는 거래소들이 시행일부터 바로 주민번호를 모아도 통제할 수 없다.

사업자 신고 수리가 된 가상화폐 거래소라도 개인정보 유출 방지 기술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거래소가 특금법에 따라 심사를 통과하려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된 인증 제도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고객은 해당 거래소가 신고 수리가 완료된 이후 주민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금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공지사항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특금법이 시행되면 주민번호가 포함된 개별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가 용이해지는 만큼 가상화폐 과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에서 나온다. 특금법의 본래 취지는 자금세탁 방지이지만, 정부의 가상화폐 과세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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