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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집권당다움

강준구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좀 어려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6개월 전 민주당으로 돌아와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눈을 사로잡는 단어가 있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패했던 우상호 의원이 던진 ‘민주당다움’이었다. 우 의원은 지난달 21일 경선대회에서 민주당다움의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김대중이 중시한 서민의 삶, 노무현의 지역주의 타파, 불의에 맞서는 용기, 시민의 삶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 민주당은 올해도 적폐 청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과 임대차 3법 실패 이후 민생 문제는 정책 입법보다는 이익 공유 같은 자발적 캠페인과 ‘손쉬운’ 현금 지원에 상당 부분 기대는 형편이다.

민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당다움도 그렇지만 ‘집권당다움’이다. 최근 민주당은 당에 대한 지지를 접은 사람, 중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했다고 한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안철수’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왜 안철수를 지지하는지’를 물었는데 답이 이랬다. ‘그냥’.

4·7 재보선을 준비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판세를 묻는 질문에 “우리를 혼내주려는 중도층 여론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는 박빙이었는데 선언 직후엔 민주당이 10% 포인트 이상 뒤처졌다고 한다. 안 대표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20대 총선이나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보듯 극단 팬덤의 패권주의가 공고해질 때 그의 활동 공간이 열린다. ‘그냥’ 안철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현재 중도층 민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40% 안팎 지지율은 이를 악물고 찍는 거지만 40%대 부정평가는 ‘그냥’ 흘러가듯 찍는 것이다. 당 안팎 여론조사상 민주당 적극 반대층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민주당은 진짜 싫다. 그냥 안철수를 찍겠다.’ 이 민심에 답하는 게 여당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다.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어렵게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팬덤 정치의 가장 큰 장점은 손쉽다는 거다. 알아서 여론을 형성해주고, 선거운동을 해주며, 후원금도 준다. 당장 눈앞의 적을 제압하는데도 이만한 수단이 없다. 이런 게 더 심해지면 ‘드루킹 사태’가 벌어진다. 지금 여당에 필요한 건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집권당다운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다. 현 정부 첫해 언급된 후 사라져버린 화해와 통합 노력이다. 깜짝 사면 발언으로 타진할 게 아니라 일관된 정치적 메시지로 내놓아야 한다.

다시 돌아온 선거의 계절에서 여당은 여전히 통합의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규제에서 공급으로 확 돌아선 부동산 물량 공세, 역대 최대 규모인 4차 재난지원금, 과거 정부 결정을 뒤엎고 동남권에 선물한 매머드 토목공사로 요약된다. 인물과 메시지는 사라지고 예산을 동원한 선심성 정책들만 남았다. 선거공학이다. 진정성도 감동도 없으니 그냥 등을 돌리게 된다. 싫어하는 이유를 댈 필요도 없다.

170석이 넘는 지금은 강자이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다. 내년 정권 교체로 발목 잡는 의회 권력 처지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시절’도 21대 국회가 끝일 수 있다. 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성이 20년 집권론 같은 권력욕에만 사로잡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친박의 말로에서 보듯 세력화와 조직화에도 한계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1년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다.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겸양과 상대를 향한 혜량을, 간곡히 당부한다.

강준구 정치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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