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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일까, 욕망일까… 유동성 장세·머스크 옹호 발언 타고 훨훨

[커버스토리] 3년만에 부활한 비트코인 집중 해부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금융 혁신의 시작점일까, 투기적 욕망의 종착지일까. 비트코인이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를 배경으로 3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은 비트코인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개당 1000만원 중반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18일 2000만원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1일 6500만원까지 돌파했다. 내재가치가 부족한 탓에 비트코인 가격은 미미한 호재 또는 악재에도 하루에 수없이 많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쫓아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기관,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명확한 개념과 급등 배경을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는 가상화폐의 한 종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인물이 기존 통화를 대체할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개발했다. 그동안 자신이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럿 등장했지만, 그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은행 없이 개인과 개인(P2P)의 거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비트코인 기술의 핵심이다.

이후 2013, 2017년에 비트코인 1, 2차 상승 랠리가 펼쳐졌다. 당시에도 비트코인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점이 부각됐고, ‘디지털 금(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특히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은 한 해에만 1000%가량 폭등했다. 그러나 주요국 규제, 거래소 해킹 사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등이 겹치면서 가격은 자유낙하해 3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전성기가 3년 만에 돌아온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에 풀린 유동성 때문이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로 투자처가 고갈된 와중에 글로벌 주요 금융사와 투자사들이 잇달아 비트코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은 뜨거워졌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투자 계획과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미 대형 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비트코인은 주류로의 편입과 투기로 인한 붕괴 사이의 변곡점(tipping point)에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테슬라,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 등이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은 언젠가 국제무역을 위한 통화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조만간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3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것이 국내 주류 경제학계 의견이다. 내재가치가 아직 ‘제로(0)’라는 이야기다. 가상화폐 전문가로 꼽히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일 “내재가치는 미래에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며 “현재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시장가치만 올랐을 뿐 내재가치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암호자산은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도 국내에선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워낙 큰 탓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온라인 결제 업체와 제휴해 변동성이 적은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3년 전보다 비트코인 시장에 투기 수요가 증대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 교수는 “지금과 2017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트코인 기술과 가상화폐 구조를 이해하고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점”이라면서 “비트코인의 내재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시장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력 인사들도 비트코인 시장 과열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 등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우려를 연이어 표명하고 있다. 게다가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내정자가 “가상화폐로 인한 사기를 근절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규제 강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머스크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락이 걱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신이 머스크보다 가진 돈이 적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이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게 특금법의 골자다.

이에 따라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이후 계좌 발급 여부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실명계좌 발급 시 충족해야 하는 기준 등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 은행들이 계좌 발급에 엄격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 가운데 90% 이상은 이미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형 3사(업비트, 빗썸, 코인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끼칠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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