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조준사격 의혹… 시민들 “유엔군이 나서달라”

유엔에 ‘보호책임’ 원칙 호소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3일(현지시간) 쿠데타 불복종 시위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시민이 양손을 머리 뒤로 한 채 쭈그려 앉아 있다. 총을 멘 군인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군경의 총격으로 시위대 38명 이상이 숨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미얀마 군부가 저격수를 배치해 조준 사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4일에도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유엔에 ‘보호책임(R2P)’을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3일 미얀마에서 10명 이상의 시위대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면서 “군경이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조준 사격을 했을 수 있다”고 4일 보도했다.

SNS에는 3일 만달레이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19세 여성 치알 신과 찻집 안에서 시위 상황을 지켜보던 대학생, 부상당한 여성 시위자를 구하려던 20세 음식 배달앱 직원 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시위대는 조준 사격하는 저격수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연막탄을 피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4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 등으로 최소 54명이 숨졌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유엔의 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 군경이 전국의 평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하는 것은 극도로 혐오스럽다”며 “부상자를 돌보려는 의료진과 구급차에 대해 가했다는 공격 역시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부는 시위대를 살해하고 구금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4일에도 거리로 나섰다. 최대 도시 양곤의 산차웅구와 파떼인구, 흘라잉구 등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1000명 안팎의 시위대가 다시 몰려들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민들은 군경의 조준 사격을 피하기 위해 시위대 주변으로 줄을 친 뒤 그 위에 천이나 전통치마 등을 걸기도 했다.

미얀마인들은 SNS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유엔에 보호책임 원칙을 호소하고 있다. R2P로도 알려진 이것은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결의된 R2P는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추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다. R2P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할 때 처음 사용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무부는 쿠데타 핵심 인사들을 제재한 데 이어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3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압도적인 미군 군사력을 통해 권위주의 정권을 교체하는 정책을 더 이상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한 말은 아니지만 군사적 개입에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도 4일 “우리는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의견일치를 이룬다’는 아세안의 원칙을 지지한다”며 “아세안의 방식으로 미얀마 정세 안정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전날 열린 WTO 무역원활화협정 회의에서 기술 지원을 포함해 쿠데타를 저지른 미얀마 군정에 대한 모든 개발 협력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세정 이형민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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