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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 수술이 즉시 효과… 비수술, 1∼2년 후 같은 효과

서울대병원 정천기 교수팀 두 집단 128명 추적해봤더니…

수술 후 한달 내 통증 크게 감소
비수술, 길게 보면 비슷하지만
오랜 시간 통증으로 삶의 질 저하
득실 따져 자신에 맞는 선택 필요

허리 통증의 주된 원인인 디스크질환은 수술 뿐 아니라 비수술 치료로도 통증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자 자신의 상황과 치료법에 따른 득실을 세심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게티이미지

‘수술 받느냐, 마느냐.’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진단받은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인터넷포털이나 환자 커뮤니티에도 수술 관련 상담 글들이 흔히 올라온다. 척추 수술에 대해선 유독 부정적 시선과 말들이 많다. ‘수술하면 못 걸어 다닌다’ ‘병원에서 돈 벌려고 권하는 거다’ ‘수술해도 재발한다’ 같은 얘기들을 들으면 환자들은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반면 과감하게 수술을 선택해 허리 통증에서 해방된 이들을 보면 또 귀가 솔깃해진다.

의사들에게도 어려운 질문이다. 수학방정식처럼 똑 떨어지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8일 “‘허리가 아프면 수술받아야 하나’라고 물으면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답은 없다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대다수 의사들이 동의하고 통용되는 일반적 지침은 있다”고 했다.

6~12주 정도 약물(진통제·항염증제 등)이나 주사 치료(스테로이드제), 물리·운동치료, 마사지나 자세교정 같은 비수술 치료를 시도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그 때는 수술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지침일 뿐이다. 환자 자신의 허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하는 게 맞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의사는 비수술과 수술 치료의 장·단점과 필요성 뿐 아니라 향후 삶의 질과 관련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하고,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허리 디스크 환자의 적절한 치료 방침 결정과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최근 제시됐다. 수술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한 달 이내에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으나 1~2년 지나면 비수술 치료 효과와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허리 디스크 환자의 수술과 비수술 치료 효과를 전향적으로 비교 분석한 국내 연구는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주목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은 병·의원 등 1, 2차 의료기관에서 수술 치료를 권유받아 상급 의료기관(서울대·분당서울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대 안암병원)에 의뢰된 허리 디스크 환자 128명을 수술과 비수술 코호트(동일집단)로 나눠 추적 관찰했다. 대상자를 치료 방법에 따라 수술군(57명), 비수술군(71명)으로 나눈 뒤 통증과 삶의 질 관점에서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치료군은 비수술 치료군과 비교해 1개월 내에 빠르게 요통과 하지 통증이 호전됐다. 수술군과 비수술 치료군의 하지 통증 척도(최고 10)는 처음엔 일상생활이 어려운 6~7수준이었다. 수술군의 경우 수술 1개월째 2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뚝 떨어졌고 6개월째엔 1 가까이 줄었다가 12~24개월에는 1과 2사이에서 지속됐다.

비수술 치료군은 6개월까지 하지 통증 점수가 4~2 수준으로 수술군보다 통증 감소가 완만하게 진행됐고 12개월부터는 수술군과 비슷하게 2~1사이를 유지했다. 요통도 수술군과 비수술군이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년 정도 지나면 비수술 치료 이후에도 통증이 점진적으로 호전돼 수술과 효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 환자의 삶의 질은 비슷한 정도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비수술 치료로도 통증과 삶의 질이 호전될 수 있으나 더딘 통증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 및 일상생활 제약으로 인한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치료 방법 결정 시 이런 득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고생하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단시간에 통증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수술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천기 교수는 “척추 수술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꼭 수술해야 할 사람이 안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한때 비수술 주사 치료가 대세인 것처럼 얘기되기도 했는데,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득실을 따져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안 비수술 치료를 해도 효과 없이 참기 힘든 통증이 지속되거나 하지 마비가 동반될 정도의 심한 경우라면 수술 치료가 꼭 필요하다. 최근엔 최소 절개를 통한 내시경 척추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허리 디스크는 노인층 뿐 아니라 과격한 운동,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해 학생 등 젊은층, 직장인들도 많이 걸린다. 허리 통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디스크병을 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허리 디스크로 진료받은 환자는 206만여명에 달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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