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철회” 확산… 투기 대출금 58억 회수 불가능

LH 직원 땅투기 의혹
정부 “차질없이 공급” 외쳤지만
시장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져
부동산 대책 전반 차질 빚을 우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도 2·4 대책에서 밝힌 공급대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 시장이 신도시 철회를, 정부가 차질 없는 공급을 외치는 낯선 상황도 벌어졌다. 부당이익을 제대로 환수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동산 대책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토지 매입에 쓰인 대출금 회수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신뢰 회복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3만2000명 이상(오후 4시 기준)이 동의했다. 정부가 전날 LH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계획과 부당이득 환수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1만2000명 수준이었던 신도시 철회 청원이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규제 일변도 부동산 대책을 이어가며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거듭되는 시장의 공급 요구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더 이상의 공급은 불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여론에 등 떠밀린 정부는 원칙 없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비판을 감수해 가며 적극적인 공급 기조로 선회했지만, LH 투기 사태를 맞아 이번에는 ‘3기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분노 속에서도 일단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시장 신뢰는 결국 주택 공급과 가격 안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공급 계획은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신도시 계획을 철회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면 집을 가진 사람이건 무주택자건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신도시 철회는 고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켜켜이 쌓인 불신을 해소하려면 LH 투기 당사자들의 부당이익 환수와 재발 방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다들 내 집 마련 욕구가 높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면서 분노가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하지만 당연히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LH 직원들이 농지를 사들이기 위해 농협에서 받은 대출금 58억원도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최초로 문제 제기한 LH 직원 10여명의 대출 절차에 하자는 없다. 이들은 북시흥농협에서 농지 소유권을 매개로 일반담보대출을 받았다. 국가 예산인 농업정책자금을 받아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투기 의혹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절차나 대출 성격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농협이 임의로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경우 민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회수하려면 정부가 해당 토지부터 환수해야 한다. 담보로 잡힌 땅이 환수될 경우 대출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농협 관계자는 “토지 환수 조치가 취해지면 대출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택현 신준섭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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