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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 교란행위 방지법 시급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부동산 시장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로 일본과 비슷하게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2014년부터 일부 지역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더니 지난 몇 년간 국민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 될 정도로 가격 급등 현상을 보였다. 특히 단기에 몇 억원씩 가격이 뛰는 사례도 목격되면서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으므로 절대적 공급이 부족해서 일 리는 없다. 일부 지역적·유형별로 수요·공급의 차이가 있다 해도 그 차이로 그러한 단기 급등 현상이 나타날 리도 없다. 그보다는 부동산이 갖는 몇몇 기본 특징에 기인할 것이다. 동일 건물이더라도 입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며, 입지에 대한 평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 특징 때문에 특정 부동산을 대상으로 ‘담합’하고 ‘기획’해 가격을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공정 행위는 갈수록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입주자 회의를 통해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않기로 결의하고, 저가 매물 취급 중개업소를 이용하지 말자고 담합한다. 소위 기획부동산들은 개발 가능성 작은 토지를 매입한 후 허위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지분을 쪼개 다수에게 고가에 매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중개업소들은 매물에 대한 중요 정보를 누락하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 등을 제시해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유도한다. 분양 대행업자는 건축주, 임대사업자와 공모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임차인을 알선, 임차인의 희생 하에 이득을 누린다. 이밖에 떴다방, SNS상 무자격 중개 등 불법 중개, 청약통장 매집, 명의도용 가입·당첨 등 헤아릴 수 없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처벌해야 할 것 같은 이런 행위들이 아무 제재 없이 횡행하면서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나아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오히려 국민의 반발을 야기한다. 불공정 행위가 방치됨에 따라 정책을 따르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입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시장 교란 행위들이 제재와 처벌을 받지 않고 지속되면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정책은 매번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면 다양한 교란 행위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제할 입법이 시급하다. 동시에 불법 행위 단속·수사를 담당할 전담 기구를 설립해 그런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발 빠르게 조사해야 한다. 관련 법과 집행 기구가 없는 상태로는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도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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