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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뉴딜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정부가 도로 점용료나 임대료를 내는 노점상 4만명에게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하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관리 대상 밖의 노점상은 왜 차별하느냐며 반발하고, 농민단체는 세금도 안 내고 소득 파악도 안 되는 노점상은 주면서 우리는 왜 빼느냐고 항의다. 지원 대상이 대부분 소득 파악이 어렵고 납세 실적도 불분명한 사각지대 직업군이어서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지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일회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더 큰 분란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듯하다.

이에 비해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전 국민 고용보험 관련 사각지대 문제는 난도가 훨씬 높다. 지금 고용보험은 근로자만 가입하기 때문에 소득 파악과 보험료 징수가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800만명 안팎에 이르는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을 확장하려면 이들이 경제활동으로 획득하는 소득을 모두 파악해 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부터 이러한 소득 기반 고용보험 체계로 전환해 2025년까지는 일정 소득 이상의 모든 취업자를 가입시킬 계획이다. 물론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추진 시기다. 2023년이면 다음 정권이 들어선 뒤다.

2007년 노무현정부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며 보험료 통합징수 법안을 냈지만 정권이 바뀌며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징수통합 같은 작은 개혁조차 실패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사각지대의 취업자 입장에서 국세청의 소득 파악이 용이해지면 늘어나는 세금과 보험료는 현찰이지만 미래의 소득 보장은 어음이기 때문이다. 인건비 운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사업주의 거부감은 또 다른 문제다. 2007년이 단순한 징수 행정의 문제였다면 2023년 개혁은 사회보험 체계의 대전환에 가깝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한국판 뉴딜과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화려한 수사로 생색만 내고 고용노동부에 실무를 맡겨놓는 안이한 자세로는 사회보험의 대전환은 언감생심이다.

차라리 문제를 더욱 키워 사각지대 해소를 양극화 해법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마침 2023년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 코로나 사태 이후의 양극화 해법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소득 파악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는 양극화 해법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일 뿐 아니라 정부가 결심만 하면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일괄 패키지로 다루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소득과 일자리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생산성 격차 때문이다. 몇몇 서비스 업종의 영세사업장에 밀집한 저소득 불안정 일자리는 소득 파악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이자 정책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있고 청와대에 자영업비서실도 만들었지만 정확한 사각지대 실태도, 확실한 개선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잘못 손대면 이해 갈등과 대량 실업의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정책 당국이나 정치지도자 입장에선 적당히 생색이나 내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지난 3년간 벌어서 이자조차 못 갚고 있는 21% 안팎의 좀비기업과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의 선택은 연명치료 아니면 적극적 구조 개혁이다. 어떤 길을 가든 대규모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 연명치료는 여러 명목의 지원책을 쏟아내며 생색을 내고 선거에 이용도 하겠지만 미래는 없다. 구조 개혁은 죽음의 계곡을 지나는 고통과 위험이 따르지만 교육훈련 강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병행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낙후 부문의 인력과 일자리를 고급화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청년고용을 늘리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일 수도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개선해 균형 성장으로 가는 길은 최저임금 좀 올리고 몇 푼의 기본소득을 깔아주는 선의로 포장돼 있지 않다. 소득 파악의 사각지대를 드러내 납세와 사회보험의 책임을 요구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과 설비를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재배치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갈 수 있는 길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조 개혁의 고통과 위험을 줄이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정부가 개혁 패키지를 마련해 여야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국민적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이다. 2020년의 한국판 뉴딜이 디지털 선도국가를 목표했다면 2023년 뉴딜은 양극화된 사회경제 구조를 개혁해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새로운 사회계약이어야 한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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