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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전도사가 된 전직 대통령 아들

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주목받는 한 인사가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는 지난달 4일 2021학년도 백석대 신학대학원 일반전형 목회학석사 과정에 합격했다. 전씨는 이달 초 경기도 성남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전도사로 부임했다. 신학생인 그는 일종의 목회 인턴십인 교육전도사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교육전도사는 어린이부 같은 부담이 적은 사역을 맡지만 전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할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씨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뜨악했다. 왜 하필 신학을 공부하나, 목사가 된다는 게 얼마나 험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고 시작하나, 담임목사가 될 의향은 있는지, 그렇다면 잘할 수 있을까 등 생각이 많았다. 본인이 구상하는 목회의 계획을 정확히 모르면서 왈가왈부하는 게 주제넘다 싶지만 유명인이 목사가 되는 과정과 이후 좋지 않은 결과를 여러 번 본 경험상 기대 못지않게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가 교도소 수감 중 예수를 본격적으로 영접하면서 신학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걱정됐다. 감옥이라는 폐쇄성과 고립감에서 오는 절박함이 감성을 증폭시켜 신앙을 찾게 되고 급기야 목회의 길로 이어졌을 것이란 점에서 수단과 목적이 혼동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싶었다. 영적 갈급함에 비해 신학적 성찰이 잘 조화되지 않은 상태로 목회를 하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염려했다.

그러나 정황을 살피면 내 우려와 달리 비교적 세심하게 준비한 것 같다. 입학에 앞서 그를 면접한 교수는 전씨의 태도에서 목회자의 소명과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격한 부부 싸움을 하면서까지 아내 박상아씨가 반대했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은 목회자를 하나님 소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신앙이 감옥에서 일순 경험한 성령의 은사뿐 아니라 합리적 숙고가 함께 수반된 열매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내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목사가 되겠다는 그의 결심이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한 ‘교도소발 목사’로 끝날지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감옥에서 예수를 믿고 출소 후 목회자가 된 유명인들의 경우 결말이 시원찮은 사례가 많았다. 전씨는 무엇보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된다. 그는 자연인 전재용이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재용 전도사’ 관련 기사 댓글에 아버지에 대한 험한 내용이 꽤 많다는 사실은 목사이기에 앞서 자연인으로서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세포탈이란 본인의 과오와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도 성직자에게는 부담이다. 목회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각별한 노력과 각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앙적 부분만이 아니다. 인간적 측면에서 각고의 헌신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에서 목회는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된 분야다. 말씀이 탁월한 일부 목회자나 기반이 공고한 대형교회 목사 등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교회 목사는 자생력 확보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창궐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씨처럼 눈길 끄는 인물이 목회의 길로 들어선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일단 발을 내디딘 이상 이른바 성공한 목회자가 돼야 된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성장하는 대형교회 목사로 우뚝 서라는 말이 아니라 ‘괜찮은’ 목사로 인정받아야 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목회자가 되겠다고 다짐한 초심의 신앙을 확인받아야 한다. 지금은 부활절을 앞에 두고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다. 십자가 없이 부활이 없다는 절대 고백을 되풀이하는 시간이다. 전도사 전씨가 확인받아야 하는 초심의 신앙은 바로 그 십자가에서 찾을 수 있다.

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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