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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박카스 불매운동

한승주 논설위원


‘면접장에서 다른 남성 지원자들과는 달리 나는 병풍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이던 지난 8일 한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동아제약 채용 면접에 참여했던 여성이다. 상황은 이렇다. 면접관인 인사팀장이 남성 지원자들에게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를 물었다. 이어 인사팀장은 등을 뒤로 젖히고 팔짱을 낀 자세로 이 여성에게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의하느냐”고 질문했다. 대놓고 나온 여성차별적 발언이다. 이 여성은 면접 후 언니와 통화하며 분노와 서러움에 오열했다고 한다.

지난해 일이 이번에 불거진 것은 최근 공개된 ‘네고왕2’라는 유튜브 콘텐츠 때문이다. 이 영상에서 진행자는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를 만나 대폭 할인된 가격에 여성용품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20만회를 돌파했고, 동아제약은 여성 친화적인 기업인 듯 비쳤다. ‘그들의 가식에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린’ 이 여성은 동아제약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남겼다. 동아제약 대표가 유튜브 댓글로 사과했으나 방법과 진정성, 상황 인식 등의 부적절함이 논란이 되며 파문이 커지는 중이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SNS에 #동아제약_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동아제약이 판매하는 상품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박카스는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이 달려 있다.

고용 과정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있다. 1987년 만들어진 남녀고용평등법이다. 동아제약은 법 제정 후 처음으로 처벌받은 4개 기업 중 하나다. 당시 남성만 채용한다는 사원 모집 공고를 냈었다. 여성을 뽑지도 않으면서 여성용품은 팔겠다는 것인가. 동아제약은 지난해 10월 여성용품 위탁생산업체 부실 관리로 제조업무 정지 3개월 대신 과징금 1억7730만원을 납부한 전력이 있다. 이 여성용품은 네고왕2에 나온 제품인데, 믿어도 되는 걸까.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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