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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메멘토 모리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 회장


인생은 한정된 기름으로 목적지를 가는 자동차와 같다는 비유가 있다.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목적지는 아직 남았는데 기름이 떨어져 마음이 다급해졌던 적이 있는가? 인생길에 있어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면 죽음에 대한 준비가 평소에 없어서이다. 성경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기름은 ‘인생 강건해야 칠팔십’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말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도 인간 생명의 유한성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Carpe diem)’ 살아야 함을 빗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정해진 시간을 죽기 위해 달려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mortal) 운명체이다.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지만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어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건강하게 살다가 고생 덜 하고 죽는 웰다잉과 젊게 늙어가는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생 시간표를 놓고 볼 때 60대 이후의 일이지만 퇴직 이후 삶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경험과 연륜과 사랑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노년의 아름다움이 한층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한 발 더 나아가 죽음 이후 영생에 대한 소망을 갖고 사는 것은 참 가치 있는 일이고 죽음에 대한 사전 준비이기도 하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을 소중하게 사는 지혜가 사실은 죽음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된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자.

예수님은 본체 하나님이시나 사람 몸으로 이 땅에 오셨다가 33년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죽으셨다. 십자가 죽음은 본인은 흠이 없으셨으나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는 사역이었고 부활과 영생을 약속하신 사건이었으며 사랑의 완성이기도 했다. 인간의 원죄가 죽음을 가져왔는데 예수님의 죽음으로 죗값을 사하여 인류를 구원해내신 것이다.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한 분인 미국의 팀 켈러 목사는 저서 ‘죽음에 관하여’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를 무덤에서 나오게 하려면 자신이 무덤에 들어가시는 수밖에 없음을 아셨다. 그분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부활을 보장하려면 실제로 그분이 죽으셔야만 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죽으러 오셨다.

1950년생인 켈러 목사도 최근 췌장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에 들어갔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잘 결정하셨다’며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희귀병 투병을 해 온 아내를 두고 먼저 떠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인생의 그 어떤 날보다 요즈음이 행복하다. 지금 기도 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하나님께 매우 감사하다는 간증을 하고 있다. 누구나 죽는다는 건 알지만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 감사함으로 맞이할 수 있는 믿음이 귀하고 부럽다.

크리스천에게 죽음이란 삶의 끝이 아니라 완성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남겨진 시간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기에 충분하다. 쓸데없는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에 대한 후회 등은 뒤로하고 주어진 오늘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기쁘게 살자. 남겨진 재산은 가져갈 수 없어도 사랑의 추억들은 영원하다. 무엇보다 누구나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메멘토 모리와 부활 신앙을 준비한 자에게 죽음은 기다려지는 것이고 축복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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