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세상만사

[세상만사]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전세를 새로 구할 때마다 지하철역에서 먼 곳으로 자꾸 밀려난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야당을 찍을 예정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 기자들이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다 내놓은 말들이다. ‘영끌’을 해서 겨우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도, 돈에 대해 별 욕심이 없는 다른 사람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쌓인 분노와 허탈감이 컸다. 기자 역시 전세로 사는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불과 3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78% 폭등했다. 현 정부에 호의적인 30, 40대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다. 문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는 다른 ‘확언’이었다. 그 말을 믿고 ‘패닉 바잉’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들은 1년여 만에 ‘벼락거지’라는 신조어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의 장담은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선의에서 출발했겠지만, 그 선의는 시장에서 아무런 힘이 없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능할 뿐 아니라 부패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품게 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동안 공공기관 직원들은 투기판을 벌였다. 그것도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LH 직원들이,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든다는 신도시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투기를 했다.

부동산 정책 불신은 그동안 이 정부 고위 인사들의 이중적 행태로 누적됐다. 입으로는 ‘사는(live) 집’을 말하며, 손발로는 누구보다 빨리 ‘돈이 되는 집’을 찾았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관사 재테크’라는 신종 방식으로 서울 재개발 지역의 낡은 상가를 사 ‘흑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거주용 1채를 빼고는 나머지 부동산은 처분하라고 지시했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향에 있던 집을 팔고 서울 강남 집을 지키려다 여론 역풍을 맞았다.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정책 집행을 맡은 공공기관 직원조차 대통령의 장담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LH 사태로 입증됐다. 그러면서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위선적인 말로 국민의 도덕 선생 노릇을 해온 것이 이 정부 사람들의 독특한 특징이다.

무능과 부패가 겹쳐진 부동산 문제는 지금 여당이 하고 있는 전 정부 핑계 대기, 야당 인사 물타기로 면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자고 일어나면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여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새로 불거진다. 집권한 지 5년차가 된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전 정부로 돌리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약속을 한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부동산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출발은 책임 추궁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원들이 신도시 시흥·광명에 이름도 생소한 ‘용버들’ 나무를 심으며 알박기를 할 때 LH를 책임지던 사장이었다. 그런데도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민심에 불을 질렀다. 청와대가 아무리 ‘변창흠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며 두둔해도, 그가 부족한 주택을 이 정부 임기 내에 ‘빵 만들 듯’ 찍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에게 변 장관은 그저 직원들의 투기조차 감독하지 못한 LH 사장 출신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발본색원’ ‘감수성 있는 대책’은 변 장관의 경질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