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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중경삼림과 2046

천지우 논설위원


1994년 제작된 홍콩 영화 ‘중경삼림’이 최근 국내에서 다시 개봉했다. 코로나 사태로 신작 개봉이 연기되면서 생긴 영화관의 빈자리를 왕년의 명작들이 채우고 있는데 중경삼림도 그중 하나다. 이 영화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스타일이 돋보여 출연 배우들 못지않게 감독 왕자웨이(왕가위)가 주목받았었다. 한국에서도 95년 첫 개봉 당시 ‘왕가위 신드롬’이 일었다.

제목의 ‘중경(重慶)’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도시 충칭이 아니라 홍콩의 유명 건물 ‘청킹맨션(重慶大厦)’을 가리킨다. 영화 내용은 도시 남녀의 연애담이지만, 97년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둔 홍콩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불안감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홍콩 영화 전성기였던 90년대에는 이처럼 홍콩의 중국 반환에 관한 정서가 담긴 영화가 많았다. 당시 많은 홍콩인이 불안해했으니 그런 감정이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던 것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97년 7월 중국의 특별행정구가 됐다. 다만 홍콩은 2047년 6월까지 높은 수준의 자치를 통해 기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1국가 2체제(일국양제)를 약속받았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11일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애국자’는 중국에 충성하는 사람을 뜻한다. 반(反)중국 인사는 이제 홍콩의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없다.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해 중국은 반중 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중국은 이번에 선거제도까지 손을 봐 홍콩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홍콩 야권은 “일국양제의 종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왕가위가 2004년에 만든 영화 ‘2046’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홍콩 일국양제의 마지막 해를 가리킨다. 2046년을 끝으로 홍콩은 자치권을 잃고 완전히 중국에 귀속된다. 그런데 지금 정세를 보면 홍콩의 미래는 이미 와 있는 것 같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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