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반도포커스

[한반도포커스] 쿼드의 ‘실’과 ‘허’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3월 12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정상이 화상회담을 했다. 이를 계기로 4개국 사이의 비공식적 협력 메커니즘을 지칭하던 쿼드(QUAD·quadrilateral cooperation)의 체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쿼드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경쟁을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킬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고, 이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한국 외교에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쿼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만 초래하고 한국 외교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주기 쉽다. 왜 이에 참여하지 못하느냐는 식의 힐난이 그러한 경우에 포함된다. 4자 협력을 의미하는 쿼드에 한국의 참여 여부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논제다. ‘쿼드 플러스’(4개국에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을 추가)라는 구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쿼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쟁점은 쿼드가 반중연합의 확대로 이어질 것인가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이 2018년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여기서 관건은 반중연합에 인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를 해 왔다. 특히 2020년에는 국경 충돌로 중국·인도 관계가 악화되면서 쿼드 구상이 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런데 정작 최초의 쿼드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약 700개의 영어 단어로 구성됐지만 중국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라는 지명을 지칭하기 위해 ‘China’라는 단어가 한번 사용됐을 뿐이다.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국제규범에 도전하는 중국의 행위를 견제하는 데 있어 쿼드의 역할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왜 공식성명에서 이러한 의도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쿼드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쿼드 참여국은 모두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자신의 국가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고, 쿼드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제고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없는 한 쿼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같은 것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쿼드가 반중연합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을 그리 원치 않는 국가도 있다. 협상 레버리지를 강화시키는 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역시 인도의 태도가 관건이다. 인도는 반중연합에 묶이는 것은 피하려 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과 국경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민주주의, 개방, 자유 항해 등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지만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쿼드의 정체성은 아직은 명확하지 않으며 포괄적 국제협력기구로 발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특히 쿼드는 갈등과 대립의 확대가 아니라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당장 쿼드 참여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미·중의 전략경쟁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쟁점을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고 지역질서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