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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사라진 모럴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지난 한 주 최대 뉴스의 원천은 LH와 그 직원들이었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폭로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의 후폭풍은 광범위했다. 온 나라가 뒤집어질듯,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분하는 분위기가 2주째 이어졌다. 온갖 비난이 LH를 향했고, 급기야 LH 직원이었던 두 명의 가장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땅 투기 논란의 여파가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건축에까지 닿아 “그 정도 하시라”는 대통령의 작심발언이 나올 만큼 정치적 파장도 컸다.

그런데 이 기간 들려온 LH 내부 분위기는 참담했을지언정 ‘반성 모드’는 아니었다.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 ‘열심히 (부동산투자) 공부해서 성공한 것인지 부정한 투기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식의 억울함 호소부터 ‘공부 못해서 LH 못 와놓고 꼬투리 잡는다’는 식의 조롱까지 다양했다. ‘일부 직원의 행태로 전체가 욕먹는다’는 속상함은 일견 이해할 수 있다지만 그와는 결이 다른 ‘비아냥’이 나온 것은 왜였을까. 그 바닥에는 ‘내가 열심히 노력해 들어온 이 회사에서 누구나 하는 투자를 한 것은 능력의 결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이든 집이든 사는 데 매달리는 시대에 ‘투자를 잘했다’는 게 비난의 대상이냐는 식이다. 마이클 샌델의 말을 빌리자면, ‘능력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공정에 대한 착각’이다.

두려운 것은 이런 인식 구조가 LH 사태에 분노하는 쪽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 이후 LH 직원을 직업 순위에서 판사와 동급으로 표시하고, 1등 신랑감에 LH 직원을 올려놓는 식의 풍자들이 이어졌는데, 그 바탕에도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이가 승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들의 투기가 옳지 않다’는 데서 오는 분노보다 ‘우리는 갖지 못한 기회와 정보를 그들만 갖고 누렸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뜻 아니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부터 유튜브, TV 예능까지, 부동산과 주식 등 각종 투자에 성공하는 법과 그럴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파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넘친다. 그 정보가 돈이 되고, 그런 정보를 많이 가진 이가 선망의 대상인 시대다.

최근 한 모임에서 공기업 다니는 지인이 “요즘 후배들이 같이 밥 먹고 싶어 하는 선배는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씁쓸하게 털어놓자 다들 한마디씩 보탰다. 대기업 직원인 친구는 “주식으로 돈 번 얘기들을 우리 모두 하고 있지만, 그게 사실은 업무 시간에 다른 일을 했다는 거 아니냐”면서 “그렇지만 아무도 그것의 문제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저 자기 일만 성실히 한 이들이 어느 날 ‘벼락거지’가 됐다며 자조한다. ‘능력껏 투자해 벌어라’는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이 있을 뿐 ‘우리가 지켜야 할 합의된 모럴(도덕)’은 없는 셈이다. 이번 사태를 이해해 주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감하는 ‘모럴’의 기준이 없는 채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처벌하자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개인이 각자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 그만큼의 결과를 얻겠다는 ‘능력주의식 공정함’을 어쩔 수 없다면, 사회적인 공정함은 법과 제도를 통해 확실히 세워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직업윤리를 명확히 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어 내고,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를 강화하자는 당연한 주장이 다음에 또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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