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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구안와사인 줄 알았는데 침샘암… 젊은층도 증가, 휴대폰 탓?

귀·턱 밑에 혹… 희귀병 침샘암

매년 10만명에 1.4∼2명꼴 발생… 양성 20여개 암과 구별 힘들어
대부분 오래 방치하다 악성으로… 방사선 노출·전자파 등 원인 추정
얼굴 비대칭·감각 이상 땐 의심… 세수·양치질 때 귀·목 살펴야

귀와 턱밑, 목 주변에 평소와 다른 덩어리가 2주 넘도록 만져지면 침샘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

이모(37·여)씨는 어느 날 세수를 하다 왼쪽 귓바퀴 앞 부근이 튀어나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손을 대 보니 혹 같은 게 만져졌다. 검사 결과 침샘암이었다. 평소 많이 들어보지 못한 암이어서 당혹해 하는 이씨에게 의사는 “매우 드물고 50·60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이지만 근래 20·30대 등 젊은층에서 환자가 조금씩 느는 추세”라고 했다. 다행히 악성도가 높지 않은 유형이고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은 2기여서 수술 후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한모(48)씨는 몇 년 전 고악성도의 4기 침샘암을 진단받았다.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지만 한의원 등을 전전하며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오른쪽 입꼬리가 마비돼 밥 먹을 때 입이 잘 안 움직이고 침을 흘렸다.

우측 귀밑 침샘(이하선)에 생긴 암이 안면신경을 침범한 것. 한의학에서 말하는 ‘구안와사(말초신경마비로 입·눈이 한쪽으로 비뚤어짐)’인 줄 알고 한동안 침 치료를 받았다. 호전이 되지 않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를 찾았고 침샘암으로 확인돼 단순히 종양만 떼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한씨의 경우 원래 양성 종양이었다가 악성으로 변한 나쁜 유형(다형선종)에 해당돼 침샘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대학병원에서 다시 받아야 했다. 주치의는 “오랫동안 양성 종양 형태로 갖고 있었을텐데, 암이 된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침샘암은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실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암이다. 침이 분비되는 침샘 조직이 몸의 어디에 있는지, 그곳에 암이 생긴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크기가 큰 주침샘은 귀 아래쪽 앞부분의 귀밑샘(이하선), 턱뼈 아래쪽의 턱밑샘(악하선), 혀 아래 입안 바닥의 혀밑샘(설하선) 등 3개가 양쪽에 위치해 쌍을 이룬다. 또 입술이나 입천장, 목구멍 안쪽 점막 등 입안 이곳저곳에는 소침샘이 분포한다.

침샘암은 국내에서 매년 인구 10만명 당 1.4~2명꼴로 발생하는데, 서양에선 연간 10만명 당 6명 미만의 암을 희귀암으로 분류한다. 15일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주침샘암 기준으로 2007~2009년 300명대, 2010~2013년 400명대, 2014년부터 최근까지는 매년 500명대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등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를 봐도 비슷한 경향임을 알 수 있다(2015년 1284명→2019년 1597명).


침샘암의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유일하게 방사선 노출력이 귀밑 침샘암의 위험인자로 밝혀져 있을 뿐이다. 과거 방사선을 많이 쬐거나 원자력 사고를 당한 환자들에서 침샘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나 유전적 요인도 관련 있다. 석면가루, 니켈 등 중금속 노출이 많은 환경의 직업군도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과다 사용이 침샘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침샘종양클리닉 임재열 교수는 “휴대폰 전자파 노출이 침샘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젊은층의 침샘암 증가 추세와 관련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나 얼굴 가까이 대고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전자장치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조직의 변성이 오는지, 전자파가 직접 영향을 주는지는 불확실하다.

임 교수는 “동물실험을 통해 전자파가 세포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이게 암으로 바뀌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사람 침샘 조직으로 만든 ‘미니 장기(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침샘의 경우 20여 가지의 양성 종양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어 악성인 암과 감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침샘 종양의 약 70%가 양성에 해당된다. 일부 양성 종양은 암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양성이라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침샘암은 조직학적으로 고악성도 암과 저악성도 암으로 구분된다. 턱밑샘이나 혀밑샘에 많은 고악성도 침샘암은 전이·재발이 잘 되고 예후도 좋지 않다. 1~2기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60~70%, 3~4기는 50% 수준에 그친다. 반면 상대적으로 치료가 쉬운 저악성도 암은 1~2기의 경우 80~90%, 3~4기라도 60~70%의 생존율을 보인다. 저악성도 암이어도 가급적 크기가 작을 때 발견해야 치료가 수월하다. 침샘암은 얼굴과 목의 신경, 혈관 등이 얽혀 있어서 수술의 난이도가 높다. 환자 개인의 조직학적 유형과 악성도에 따라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침샘암을 조기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은 평소 세수나 양치질할 때 귀와 턱, 목 주변을 손으로 눌러가며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김민수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교수는 “얼굴이 비대칭으로 느껴지거나 안면신경 혹은 같은 쪽의 혀 마비, 감각 이상, 통증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악성 침샘 종양이 의심되므로 서둘러 전문의 진단과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귀나 턱밑, 앞쪽 목 근육을 따라 평소와는 다른 덩어리(혹)가 2주 이상 만져지고 갑자기 커질 때도 마찬가지다. 임 교수는 “여성들이 유방암 검진을 위해 자기 가슴을 틈틈이 만져 보듯이 얼굴 침샘 부위를 자주 만지고 관찰하는 습관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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