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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벌집촌의 경제학

신창호 사회2부장


요즘 정국은 전국 각지에 산재한 벌집촌들로 ‘벌집’이 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신도시와 산업단지 개발 정보를 미리 알아내 예정지의 토지를 산 뒤 거기다 샌드위치패널로 집을 지은 게 드러나면서다. 한 채 짓는데 건축비가 2000만~3000만원, 시공 기간은 한 달도 안 걸린다. 이런 벌집을 비단 LH 임직원들만 지은 게 아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집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 알아내는 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사실이 명확할 경우 부동산 거래에 나서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집이 그저 삶을 사는 주거의 공간을 넘어선 게 너무도 오래된 일이어서다. 확실하게 돈을 버는 투자 수단이자, 무엇보다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자산. 그러니 누구나 기회만 있으면 이 행렬에 뛰어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상태다. 친구가, 친척이, 직장 상사가, 후배가 부동산 하나로 필부필부(匹夫匹婦)에서 부자로 탈바꿈하는 광경을 자주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집값은 널뛰기할 때도 있었고, 잠잠한 호수처럼 수평선만 그리기도 했다. 더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고, 정부가 공급을 옥죄면 하룻밤에 수천만원씩 올라가기도 했다. 큰손들은 문재인정부가 집권할 때부터 환호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아파트·주택 공급 옥죄기 정책으로 이어질 게 틀림없고, 그러면 기존 아파트와 주택 가격은 상승할 게 명약관화하다는 예측 때문이었다. 이미 20년 전 노무현정부 때의 기억도 이런 예상을 하는데 한몫 거들었다. 그때 서울 강남의 알짜배기 아파트는 몇 년 사이에 10배가 뛰기도 했다.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르는 아파트값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주택 보유세를 더 올려도 가격은 올린 세금보다 수배 이상 뛰었다. 20·30대 사회 초년병부터 은퇴한 노령층까지 아파트 사기에 나섰다. 즐비한 서울의 재개발 대상 아파트들은 정부가 민간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할 때마다 천정부지로 올랐다.

정부에 수도권 3기 신도시는 이런 주택 시장의 과열을 단숨에 막을 수 있는 치료제로 여겨졌다. 서울로 몰리는 주택 수요를 서울 인근 지역으로 분산시켜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심산이었다. 그런데 열어보니 신도시 예정지의 땅들은 미리 개발 정보를 빼돌린 LH 임직원과 공직자들이 포함된 투기꾼들 차지였다. 수십년 동안 푼돈에 불과하던 농지엔 나무 길이와 폭에 따라 거액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묘목들이 심겨 있었고, 주거 용도의 땅엔 아파트·상가 입주권 ‘딱지’가 주어지는 벌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보상받는다는 확실한 정보도 없이 누가 벌집을 짓겠느냐.” 개발 지역 인근 부동산중개사의 한마디는 투기 공화국으로 변질된 대한민국의 지금을 상징한다. 여론이 정부·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건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정부보다 몇 수 앞서가는 투기꾼의 투기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회만 있으면 “투기를 뿌리까지 뽑겠다”면서, 뒤로는 공직자의 투기조차 막지 못하는 허술함과 무능함. 그런데도 그 책임을 자기 집 갖겠다고 ‘영끌’까지 하는 보통 사람들의 부동산 관심 탓으로만 돌리는 정부의 맹목에 대한 분노다.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이 부딪히는 시장경제다. 처음부터 질서정연한 시장은 경제학 이론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값이 뛰는 물건을 잡으려면 그 물건을 더 많이 풀면 된다. 처음엔 혼란스럽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살 수도 없는 벌집을 없애는 방법이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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