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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파블로프의 개

손병호 논설위원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20세기 초 개를 이용한 실험으로 유명해졌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먹이 없이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연구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파블로프의 개’가 소환됐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고민정 대변인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고 대변인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자 “대변인이면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반사적으로 오 후보 때리러 나오지 말고 님 후보 공약부터 살피세요”라고 SNS에 썼다. 이에 고 대변인은 15일 “나한테 파블로프 강아지라고 한 건 인격 모독”이라고 발끈했다.

파블로프 실험을 언급할 때 ‘파블로프의 개’라고 하지 ‘파블로프의 강아지’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또 주로 어떤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지, 사람에 직접 빗대는 듯이 말하면 듣는 이로선 언짢을 수밖에 없다. 여성이자 새내기 정치인인 고 대변인으로선 ‘강아지’란 표현에 더더욱 기분 나빴을 것이다. 그런데 복수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한 셈이 됐다. 탁 비서관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와 관련한 이 전 최고위원의 비판에 대해 “이준석군은 대통령의 일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꼰 것이다. 공당 지도부 출신의 36세 정치인을 ‘군’이라고 한 것은 노골적인 비하다. 민주당의 20대 여성 최고위원에게 야당이 ‘양’이라는 호칭을 붙인다면 여당이 가만히 있겠는가.

선거철만 되면 그야말로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게 이런 막말과 인신공격, 조롱이 아닌가 싶다. 고 대변인도 최근 오 후보를 조롱하는 듯한 논평을 많이 내 야당을 자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음 달 7일 선거가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선거전은 더 격화될 것이다. 이런 풍토가 사라지게 하려면 유권자들이 후보를 결정할 때 어느 캠프가 더 진흙탕 선거를 펼쳤는지 꼭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종소리에 속는 건 파블로프의 개만으로도 충분하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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