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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구 칼럼] 또 불거진 대통령 사저 논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등장했던 대통령 사저 문제 4·7 재보선 앞두고 또 논란
대통령의 ‘좀스럽다’는 글로 소모적 정쟁 확대 재생산돼
LH 투기로 공분 이는 마당에 청와대가 설명하고 대통령은 상처난 민심 보듬었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임을 뽑는 10·26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로 야권 통합 후보가 된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문 이사장은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그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탐욕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선거를 나흘 앞둔 22일에도 문 이사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충분히 많이 가진 이들이 탐욕을 위해 권력을 손에 넣으려 하는 것이 내곡동 사건으로 증명됐다”고 비난했다.

내곡동 사저 문제는 선거를 목전에 둔 10월 9일 언론 보도로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열흘 만에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했다. 문 이사장은 나경원 당시 여당 후보가 4년 전 당 대변인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일도 거론했다. 사과를 요구했는데도 계속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 선거가 야당 승리로 끝났지만 내곡동 문제는 검찰로 넘어갔다. 7개월 수사 끝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게 공소권 없음, 무혐의, 각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의 의혹 제기가 계속돼 2012년 6월 19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내곡동 사저에 대한 특검에 여야가 합의했다. 처음으로 야당에 추천권이 주어져 출범한 이광범 특검은 한 달간 수사 끝에 청와대 책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혹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10·26 재보선으로부터 10년째가 된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대한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는 글도 덧붙였다. 10년 전 당선됐던 고 박원순 시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이번에는 문 대통령 사저가 논란을 빚고 있다. 공교로운 일이다.

문 대통령의 글은 감정을 잘 자제하는 평소 모습에 비해 이례적으로 수위가 높다. 추미애 장관이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후임 임명 때까지 직무를 계속도록 한 진중한 품성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야당을 향해 원색적인 표현을 쓴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직후 장례식장을 지키면서 보였던 품격 있는 포용의 모습과도 배치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할 것을 진언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한 이유를 단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본인만의 문제였다면 그리 반응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이제는 논란에서 제외된 봉하마을 관련 언급이 글에 다시 등장한 것을 보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우정과 의리, 공동의 피해의식 등이 정서적 촉매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곡동과 봉하마을-양산 사저를 둘러싼 논쟁은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일은 아니다. 내곡동 부지의 경우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매입함으로써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지만, 공정성 부분까지 깔끔하게 해명되는지는 의문이다. 농지 매입이나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대통령 사저 찬스’가 전혀 없었는지 야당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저 문제에 대처하려면 청와대를 통하는 게 옳다. 당사자가 나서기보다 청와대가 전후 사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사저마다 무슨 운명처럼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는 ‘좀스러운’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취지라면 더 그렇다. 필요할 경우 국가 소유로 추진하고 국회 동의를 받도록 전직 대통령 예우 규정 등을 정비하는 방안을 청와대 주도로 추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LH 투기 문제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게 바람직했다. 벌써 정치권에는 ‘좀스럽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글을 좀스럽다고 하고, 여당에서는 다시 그 원내대표가 좀스럽다고 몰아세운다. 무익한 정쟁과 네거티브가 확대 재생산되는 민망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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