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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가난한 농부 대통령

천지우 논설위원


우루과이 대통령을 지낸 호세 무히카(86)는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10년 본인 재산이 1800달러(203만원) 상당의 자동차 1대뿐이라고 신고했다. 이 차는 낡아빠진 1987년형 폭스바겐 ‘비틀’이다.

무히카는 1960, 70년대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서 좌익 게릴라로 활동했다. 여섯 번 총을 맞았고, 네 차례 구속됐으며 두 번 탈옥했다. 감옥에서만 13년을 보냈다. 그런데 게릴라 동료들은 그를 ‘꽃장수’라고 불렀다. 꽃을 심고 가꾸는 데 열정적이어서 붙은 별명이다.

군정 종식 이후 주류 정치인으로 변신한 무히카는 농업장관 등을 거쳐 대통령까지 올랐다. 취임 후 대통령궁에 들어가지 않고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부인 소유의 농가에서 살았다. 비틀을 직접 몰고 출퇴근했고, 집에서는 아내와 함께 꽃을 재배했다. 대통령 월급 1200달러(135만원) 중 90%를 기부했다. 이유는 단지 “필요 없어서”였다. 2014년에 누군가 낡아빠진 차를 100만 달러(11억3000만원)에 사겠다고 했는데, 무히카는 다리 하나가 없는 반려견을 태우고 다니려면 비틀이 필요하다며 거절했다.

그는 국정 운영도 비교적 성공적이어서 임기가 끝나갈 때 지지율이 60%에 달했다. 2015년 퇴임 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긴 여행으로 지쳤다”며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했다. 전직 의원에게 주는 연금도 안 받겠다고 했다. 무히카는 “난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값비싼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가난한 것”이라고 했다. 또 “사람들은 내가 사는 방식에 관심을 갖지만 그걸 따라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무히카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다. 이렇게 지독하게 절제하며 사는 정치 지도자는 거의 없다. 다만 지도자가 이런 마인드로 산다면 사저 부지를 놓고 누가 그에게 영농 경력이 없다고 시비 걸 일도, 그런 의혹 제기에 좀스럽게 굴지 말라고 화를 낼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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