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품고 세상 소용돌이에 휘말린 애틋한 보물섬

일제 군사기지… 부산 가덕도 여행

부산 강서구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 정상 인근 거대 암봉 앞에서 여행객이 멀리 부산 몰운대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왼쪽으로 낙동강 하구 모래톱을 이룬 진우도, 장자도와 백합등과 맹금머리 등이 보인다.

부산의 서남단 끝 강서구에 속하는 가덕도는 해안선 길이 32㎞로, 부산에 속한 섬 중 가장 넓다. 내륙과 인접한 데다 대마도와 마주한 까닭에 통일신라시대부터 군사적 전초기지였고, 당나라와 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천성항과 대항항 등 해안 또는 섬 최고봉인 연대봉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빼어나다. 하지만 러일전쟁과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최근 신공항 건설 등으로 회자되고 있다.

가덕도는 섬 북쪽에서 2010년 개통된 가덕대교를 건너 들어간다. 서쪽으로는 2013년 건설된 가덕해저터널을 통해 대죽도·중죽도를 거쳐 저도를 지나 거가대교를 건너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닿는 길목이다.

가덕도의 중심에 연대봉(459.4m)이 솟아 있다. 지양곡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부산의 대표 걷기 길인 갈맷길 5-2구간이 이어진다. 편도 40~50분 걸린다. 정상에 서면 푸른 바다와 하늘이 가슴으로 들어오는 듯 시원하다.

정상석 바로 앞에 거대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것 같은 굵은 암봉이 우뚝하다. 그 오른쪽으로 대항새바지 전경이 또렷하고, 왼쪽으로 멀리 낙동강 하구 모래톱을 이룬 진우도, 장자도와 백합등과 맹금머리등이 이어진다. 그 너머 몰운대와 다대포해수욕장이 건너다보인다. 서쪽으로는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가덕해저터널, 대죽도 건너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덕해저터널 옆 천성항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맑은 날에는 일본 땅 쓰시마(대마도)도 보인다고 한다. 뒤로는 1996년 4월 26일 강서구가 복원한 연대봉 봉수대가 자리잡고 있다.

대항항 북쪽 ‘신상 여행지’로 조성된 일본군 포진지.

지양곡주차장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대항항이 다. 항구 북쪽에 최근 ‘대항항 포진지 동굴 탐방로’가 생겼다. 해안 데크길을 따라가면 먼저 거대한 대포 모양을 한 동굴 입구가 바다를 향해 있다. 내부에 동굴 조성 당시 모형도 등이 조성돼 있다. 물고기 머리 모양의 입구를 가진 제2동굴이 이어지고 일몰동굴과 소원동굴 입구까지 닿는다.

대항항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대항새바지에 닿는다. 샛바람을 맞는다고 새바지다. 이곳 역시 2차 세계대전 말에 일제가 만든 요새 동굴이 있다. 방파제 남쪽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입구가 세 개, 안쪽은 약 50m로 연결된 형태다. 동굴 반대편 출구 쪽은 한적한 몽돌 해변이다. 동굴은 강제징용 된 강원도 탄광 노동자들이 팠으며, 한동안 마을 사람들의 어구 창고로도 쓰였다. 최근 암석이 무너져 내려 폐쇄된 상태다

외양포 일본군 ‘사령부발상지지’인 포진지.

외양포는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민가 64가구에 살던 주민을 강제 퇴거시킨 뒤 군사기지로 쓴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진해만 요새 사령부’ 병영이었다. 광복 후 주민들이 다시 들어와 일본군 군사 시설물을 개조해 살았다. 하지만 일대가 군사보호지역으로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당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시간이 멈춘 마을’이 됐다.

마을 입구에 포진지, 화약고, 병사, 사령관실 등 당시 흔적이 안내도가 길을 이끈다. ‘사령부발상지지’인 포진지에는 두 개씩 짝을 이룬 280mm 유탄포 포좌 터와 탄약고, 포진지 엄폐 막사 등이 옛 군사기지를 짐작케 한다.

국수봉 정상 인근 일본군 군사시설 ‘산악보루’.

마을 뒤 쪽은 국수봉(264.5m)이다. 이 봉우리 중턱에는 화약고, 정상 능선에는 관측소·산악보루 등 일본군 군사시설의 잔재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멀리 가덕도 등대도 보인다. 등대는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군과 직접적인 용무가 아니면 출입불가다.

가덕도 등대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가덕수로의 입구인 동두말(東頭末)의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서 있다. 대한제국 때 건립한 40개의 유인 등대 중 하나이다. 등대가 첫 불을 밝힌 때는 1909년 12월 24일. 옛 등대는 정사각형 단층 구조에 약 9m 높이 팔각형 등탑을 세워 불을 밝혔다. 대한제국의 황실문양인 오얏꽃 문양이 조각돼 있고 내부에는 땔감으로 물을 데우던 목욕탕 등이 남아 있다. 바로 옆 2002년에 세운 새 등대는 높이가 40.5m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다.

가덕도 옛 등대(왼쪽)와 새 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덕도 북쪽에 선창마을이 있다. 과거 도선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가덕도 제1관문이었다. 이곳에 1871년(고종 8)에 쇄국정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곳곳에 설치했던 ‘척화비’가 세워졌었다. 척화비는 1995년 천가초등학교로 옮겨졌다.

여행메모
‘천가교~어음포~외양포’ 트레킹 인기
천성항~두문마을 해안도로 드라이브

부산 가덕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 제3지선 진해나들목에서 빠진 뒤 마천터널·용원터널을 지나 가덕대교를 건너면 닿는다. 가덕도 여행은 연대봉에 올라 섬 전체를 조망한 뒤 대항항→대항새바지→외양포→선창마을→정거마을 순서로 하면 무난하다. 천가교-동선방조제-부민교회 기도원-누릉능-어음포-희망정-대항새바지-대항-외양포 구간의 트레킹 코스도 인기다. 총 11㎞로 4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가덕도 서쪽으로는 전망 포인트가 많다. 천성항에서 두문마을을 지나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물오른 봄 바다를 보는 것도 좋고, 거가대교와 부산 신항 등 랜드마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산 신항은 거대하며 압도적이다. 성냥갑만 한 컨테이너들이 레고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고, 각국 무역항의 이름을 새긴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가덕도(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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