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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칼럼] 기후변화 냄비 속 개구리


기후변화 위기에 내연기관차 퇴출,
탄소국경세 추진, 탄소 배출 기업 투자
배제 등의 움직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탄소 감축 서둘러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응은 너무 미흡

정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이행 로드맵 제시해야

지구의 평균 온도는 섭씨 15도 정도다. 산업화 이전인 1850년대에 비해 1도가량 높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과 목축 등의 활성화로 인해 대기 중에 증가한 온실가스가 태양열의 지구 밖 배출을 막는 현상이 지속하면서 온도 상승을 불렀다. 170년 동안 불과 1도 남짓 올랐는데 지구 생태계에 몰고 온 변화는 크다.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는 이상기온 현상, 가뭄과 사막화의 진행으로 인한 물 부족, 잦은 집중호우와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 증가,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저지대 침수 등은 지구 기온 상승이 연출한 재앙들이다. 지난 14일 몽골을 공포에 몰아넣은 거대한 모래 먼지 폭풍,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하늘을 부옇게 뒤덮은 황사는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의 급속한 사막화에서 비롯됐다.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오르면 사용 가능한 물이 20~30% 줄어들고, 해수면이 7m 상승하고, 북극 생물 15~40%가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감염병이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 기온 상승은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다.

세계 각국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해법을 찾아 나섰는데 대표적인 게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이후 1.5도로 조정)를 넘지 않도록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게 핵심이다. 유엔은 이를 위해 협약에 가입한 197개 당사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2020년부터 5년마다 목표를 상향하도록 했다.

하지만 협약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앞다퉈 선언했지만 이행 진도는 더디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원과 산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비용이 들고 경제 주체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로부터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국가다. 유럽의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평가 대상 58개국 가운데 50위에 그친 게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리나라는 주력 산업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탄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이고 전력 생산 비중도 석탄발전이 40.4%(2019년 기준)로 월등히 높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8.3%)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에 한참 못 미친다. 협약에 따라 지난 연말 유엔에 NDC를 제출했는데 너무 느슨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천명한 후 말은 무성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이행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은 가야만 할 길이다. 지구 생태계 보전이란 환경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 EU, 미국 등이 탄소중립 움직임을 주도하며 뒤처진 국가들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노르웨이·네덜란드는 2025년, 영국은 2030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EU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의 제품에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 미국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애플, 구글, GM,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제품 생산·유통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위주 발전으로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완제품은 물론이고 부품 수출까지도 어려워지는 때가 머지않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들도 탄소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탄소 감축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겠다고 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분야별 과제별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탄소세 도입, 경유세 인상, 전기요금 인상, 석탄발전 감축, 내연기관차 판매 조기 중단 등 민감한 과제들도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냄비가 점점 닳아 오르고 있는데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리는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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