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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여성들이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시선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3월은 여성의 달이다. 110여년 전, 처참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속에서 터져 나온 미국의 한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항거는 이후 유럽을 넘어 러시아 등으로 퍼지며 마침내 세계적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먹을 것과 정치 참여를 의미하는 ‘빵과 장미’는 이 운동의 상징이 됐으며 이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 됐다.

당시 조선의 여성 선구자 나혜석, 박인덕, 허정숙 등은 1920년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남녀차별 철폐를 외치며 세계 물결에 연대하는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연대의 세계화라는 의미에서 오늘날의 ‘미투(#MeToo)’ 운동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분단 체제하에서는 이념적 관점에서 이마저도 금지됐다. 이후 민주화운동 와중에 1985년 비로소 첫 번째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서울 명동에서 개최됐다. 행사 연설문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대다수 여성의 생존권 투쟁을 외면한 채 특권층 여성의 점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남녀평등과 함께 일반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주창한 대목이다.

이번 광역단체장 보궐선거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여성 후보들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 도시, 서울·부산에서의 시장 성비위라는 엄청난 사건에서 비롯된 선거인 만큼 혹시나 여성의 분노가 배후에 있었나 싶었다. 불과 두어주 전까지만 해도 20대 여성 속에선 차기 단체장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속된 광역단체장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한국의 모든 여성에게 깊은 상처와 분노를 유발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민사회의 많은 존경을 받던 인사의 충격적 선택이 사건의 의미를 흐리게 했고 객관적 접근을 어렵게 했다.

이제는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할 때이다.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보궐선거는 두 가지 내용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이번 4·7 선거를 시대가 요구하는 성평등을 위한 변곡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체육계의 성비리 사건 등을 보더라도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와 성인식은 지극히 후진적이고 반여성적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정치인 모두가 나서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는 범 사회개혁 차원의 면밀하고 단호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성비위 사건에서 비롯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지방선거는 생활밀착형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현재 떠들썩한 각 정당의 정책은 경쟁적인 초대형 토목 사업과 황당한 도시 개발 공약을 앞세워 미니 대선을 치르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생활 위기는 사회적 약자와 특히 여성들에게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성 직업군으로 알려진 요양, 돌봄, 급식, 청소, 서비스 분야에서의 대량 실업과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콜센터 여성들의 집단 감염은 가족 전체의 생활고로 이어진다. 또한 거리두기로 인한 가사노동의 가중과 가정폭력은 이혼율 증가와 젊은 여성의 자살 현상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이야말로 젠더(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의 정치 참여, 일할 권리, 차별 철폐는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바로 오늘의 이야기이다.

특권층이 보통 여성의 기회를 뺏어간 정유라 사건과 세계적인 미투 운동은 한국의 젊은 여성을 행동하는 ‘이여자’(20대 여성 유권자)로 만들었다. 이들은 2017년 대선과 이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남성의 투표율을 앞지르며 높은 참여를 보여줬다. 바로 이 20대 여성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되기도 했다. 2011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엄마 부대’들의 정책 논쟁이 격렬했다. 이 여성들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20대 여성들의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와 디지털 시대가 초래한 사회경제적 전환 과정에서 무엇보다 민생의 일상 회복과 생활 유지가 가장 중요한 때이다. 시민의 절반인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더 이상 성나지 않게 하려면 ‘남성 프레임’에 갇힌 전통적 선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이제 약 20일 남은 선거 기간에라도 후보들은 이번 선거의 시초가 무엇이었으며 마무리가 어떻게 돼야 하는가를 진심으로 되새기길 바란다. 그러지 못할 때 선택지가 없는 대중의 분노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 가늠도 할 수 없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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