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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기억력의 한계

이흥우 논설위원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1930~2014)은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악보를 한 번 보고 기억하는가 하면 교향곡을 통째로 외웠다고 한다. 이런 기억력을 포토그래픽 메모리라고 부른단다. 과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는 마젤보다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도 있다.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의 경우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도서 15~30배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 모든 걸 기억한다면 뇌가 터질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불필요한 건 버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정보만 저장해 기억한다.

학자들은 기억을 작업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눈다. 작업기억은 몇 초간 지속되는 짧은 형태의 기억으로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 반복이 필요하다. 단기기억은 반복은 필요 없으나 오랜기간 지속되지 않는 기억을, 장기기억은 몇 개월 또는 몇 년 이상 지속되는 기억이다.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이나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의 흥분처럼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 등이 해당된다.

기억력은 장년기를 지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해진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녹취록 폭로로 거짓말한 게 들통난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이유를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 탓으로 돌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김 대법원장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였다. 2006년 당시 부인 소유 서울 내곡동 땅 문제에 대해 오 후보는 줄곧 노무현정부 때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때 확정된 것으로 확인돼 오 후보는 뒤늦게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녹취록 공개 후 마지못해 거짓말을 시인한 김 대법원장처럼 오 후보도 관련 공문이 공개된 후 입장을 바꿨다. 두 사람 모두 기억력의 한계였는지, 의도적 거짓말이었는지 본인들은 잘 알 게다. 국민의힘은 거짓말을 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었다. 오 후보에 대해서는?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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